본문 바로가기

취재와 생각

장애인주차구역, 장애인 가족이라면 누구든지 가능?

반응형

 


장애인 주차표지(이하 '장애인 주차증')가 올려져 있지 않은 차량이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되어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항상 신고를 합니다. 신고방법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국민신문고에 접속해 1)위반 위치, 2)정확한 시간과 함께 3)사진을 첨부해 신고하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주의할 점은 1)사진을 촬영할 때 그곳이 장애인 주차구역임을 알 수 있도록 촬영해야 하고, 2)해당 차량에 장애인주차구역 주차증이 부착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위반 차량의 전면부를 촬영해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평일 저녁 6시 이전이라면 다산 콜센터에 신고를 해도 됩니다. 다산 콜센터에 신고를 하려면 차량 번호를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하루 동안 만난 위반 차량들 

 

 

 

누구든지 하루에 2~3대의 위반 차량을 목격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칠 겁니다. 사실 장애인 차량인지 아닌지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게 현실인데요. 틈틈이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차량을 신고하다보니 현행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한 아무리 신고를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장애인 주차증을 달고 다닐 수 있다는 겁니다. 운전자 본인이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가족 중에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이 있으면 자신의 차량을 장애인 동승차량으로 등록해 장애인 장애인주차구역 주차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거죠. 

 

혹시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그 사람이 장애인일 수도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장애인 복지법 시행규칙 별표(보행상 장애 기준표)에 따라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에게만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를 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보는 건장한 체구의 성인 남녀들은 장애인의 가족이지 장애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장애인의 보호자 자격으로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를 하려면 반드시 장애인이 동승해 있어야 하기에 장애인 주차증이 부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장애인 동승자가 없다면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단속기관인 구청 사회복지과에서는 가족 중에 장애인 주차증을 발급받은 장애인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이 누려할 권리와 혜택을 훔쳐서 사용하고 있는 얌체족들의 장애인주차구역 침범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장애인 주차증을 차량에 부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장애인 주차증 없이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한 차량을 발견하고 신고를 하더라도 장애인 차량으로 등록만 되어 있으면 과태료 부과가 취소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제가 신고한 상습위반 차량이 알고보니 장애인의 가족이 운전하는 차량이었습니다.

 

 

작년 8월에 현재 거주지로 이사를 온 후 굉장히 자주 장애인주차구역 위반 차량을 신고했습니다. 덕분에 장애인주차구역 위반차량이 확실히 줄기는 했지만 그 곳에 주차를 하는 차량의 운전자 역시 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의 가족이었습니다. 장애인 동승자가 없음은 물론이고 장애인 주차증도 부착하지 않다가 저의 신고로 과태료 통지서(어차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휴지조각 통지서)가 3~4차례 날아가서인지 요즘에는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를 한 후에 주차증을 올려두고 유유히 사라지더군요. 아마도 장애인이 누려야할 혜택은 누리고 싶지만 장애인처럼 보이는 건 싫은가 봅니다.

 

 

 

위 처리결과가 해당 얌체족을 단속했다는 구청 사회복지과 직원의 답변입니다. 하지만 장애인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과태료 통지서는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죠.

 

이러한 문제가 계속된다면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를 한 비장애인 차량을 발견하더라도 신고할 의지가 생기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피해를 보는 건 진짜 장애인들이겠죠. 그래서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장애인 운전자 내지 보호자임을 표시하는 주차증을 백화점 VIP 주차증처럼 스티커 형식으로 차량 앞뒤 유리창에 붙이도록 하면 문제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제를 개선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장애인차량에 장애인 스티커를 부착하도록 하면 적어도 장애인 운전자를 보호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장애인이라고 더 깔보는 이상한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가 있는 운전자를 배려할 거라고 믿습니다.

 

저 역시 장애인의 가족들이 장애인이 누려야할 혜택을 침탈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제도와 법이 양심까지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겁니다.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나서야 할 자들이 오히려 권익을 빼앗고 있는 불편한 진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건 장애인 가족! 그들밖에 없을 거 같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