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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이대우 검거 형사 특진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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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산을 무사통과한 이대우가 해운대 역 부근에서 검거됐다. 이대우는 해운대 역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을 빠져나가려다 검거된 게 아니고 이미 울산까지 갔다가 머리를 식히러 해운대로 왔던 거라고 한다.

 

그렇게 이대우의 탈주행각은 26일 만에 끝이 났다. 하지만 이대우가 만약 부산으로 돌아오지 않고 속초 앞 바다를 보러 갔다면 이대우의 탈주는 오늘도 계속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신출귀몰한다던 이대우는 왜 이렇게 빨리 검거된 것일까? 검경 수사망이 좁혀져서? 내 생각에는 이대우에게 26일의 도주 기간은 너무 길었던 거 같다. 한 마디로 도주생활에 지쳤던 거 같다. 앞으로 전국 교도소를 순회하며 탈옥예방 홍보대사로 활동해도 될 만큼 지쳤던 거 같다.

 

이대우를 검거했으니 그동안 이대우가 어떻게 서울에 입성할 수 있었고, 다시 부산으로 2차례에 걸쳐 잠입할 수 있었는 지에 대한 의문도 곧 풀릴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이대우의 도주로를 전혀 차단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럼 이대우를 검거한 형사는 특진 등의 혜택을 받게 될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경찰청은 이대우를 검거하는 형사에게 1계급 특진의 엄청난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었기 때문이다.

 

 

눈 앞에서 탈옥범을 놓치기를 반복하다 우여곡절 끝에 신창원을 검거한 형사들도 1계급 특진의 혜택을 받아 논란이 됐었다. 이대우의 경우도 특진은 탈주와 검거 사이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이대우 검거 형사에게 특진의 혜택을 준다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대우는 신창원처럼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친 후 교도소를 탈옥한 게 아니라, 위험 인물을 혼자 나둬서 우발적으로 도주한 사건이다. 즉 이대우 탈주 사건은 풀어 준 검찰과 뚫린 경찰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런 경우까지 특진 등의 혜택을 주는 건......

 

▲ 수갑을 찬 사람이 검찰청 복도를 혼자 걸어가고 있는 이 사진은 해외토픽감이 아닐까?

 

게다가 이대우는 도주 기간 동안 강력범죄를 저지른 신창원처럼 위험한 인물도 아니었다. 신창원의 경우 도주 기간에만 140건의 범죄를 저질렀는데, 피해액만 10억원에 달했다. 반면 이대우는 도피자금은 가족에게 제공받았고, 훔친 건 변장을 위한 가발 하나, 낡은 점퍼 하나가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도주 기간 동안 특별히 강력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 심지어 검거 당시에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이대우를 검거한 형사에게 특진의 혜택을 주겠다고 했던 것은 아마도 괴력의 소유자 이대우가 싸움을 잘해 신창원처럼 검거가 까다로운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거 같다. 하지만 이대우는 신창원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저항없이 투항하는 모습부터 검거 후 가족과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는 모습까지 이대우는 신출귀몰하긴 했지만 1계급 특진을 시켜줘야 할 만큼 위험한 인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대우의 도주로와 은신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병력만 잔뜩 투입했던 경찰이 시민의 오인신고 덕분에 이대우를 검거를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잔치를 벌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대우를 사실상 놓아주고, 서울, 부산을 활보하게 방치하다가 시민의 제보를 받고 검거한 사법당국이 과연 이대우 검거에 대한 칭찬과 포상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대우의 행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검문 시스템에 대한 반성과 관련자 문책이 아닐까?

 

광분하는 경찰 옹호자들을 위해 몇 가지 내용 추가

 

이대우의 도주 지역만 남원, 정읍, 광주, 서울, 수원, 부산, 울산인데 이 중에서 수원, 부산, 울산에서는 시외버스를 이용해 이동했다고 한다. 강원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떠돌아 다닌 이대우가 신출귀몰했던 게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이대우를 검거하지 못한 경찰이 이대우를 신출귀몰한 홍길동으로 만들었던 게 아닐까?

 

부산에서 울산으로 이동할 때에도 시외버스를 이용했고, 울산에서 부산으로 돌아올 때에도 시외버스를 이용했다. 지금의 검문 시스템이라면 15만이 아니라 100만을 투입하더라도 운이 따르지 않는 한 탈주범을 검거하는 건 힘들 거 같다.

 

이번 검거도 이대우가 부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접수된 "이대우를 해운대에서 봤다"는 부산 시민의 오인신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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