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와 생각

쇼핑중독 할아버지? 사실은 고된 삶의 현장

반응형
 

백화점에 가면 쇼핑백을 한 가득 들고 다니는 할아버지들이 계신다. 얼핏보면 쇼핑 삼매경에 빠진 화성인 할아버지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바로 노인 생계 유지의 일환으로 시작된 지하철 택배 사업에 종사(아르바이트) 하는 분들이다. 지하철 택배사업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택배를 배송하도록 하는 실버 사업이다.  


백화점에서 일거리를 받은 할아버지들은 적게는 1~2개 많게는 4~5개의 쇼핑백을 들고 인근 지하철 역으로 향한다. 이런 일을 수차례 반복! 하루에 10시간 정도 지하철을 타고 숨만쉬고 수도권 전역을 돌아다니다보면 2~3만원 정도가 할아버지의 낡은 지갑 속에 들어간다고 한다. 왜 그렇게 수익이 적냐고 물었더니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요"라며 "회사에 수수료 30% 내면 끝이지 뭐"라고 하셨다. 사회적 기업치고는 수수료가 과한 것 같다. 이들의 인금을 시급으로 계산해봤더니 최저임금 보다 적었다.

할아버지들은 이동 중에 김밥 등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니 오토바이 퀵에 비해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짜증을 내는 고객들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점심, 저녁을 편하게 먹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배송중에 넘어져서 다쳐도 4대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이 할아버지가 감당해야할 몫이 된다. 최저임금도 지켜지지 않고, 보험적용도 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실버들은 그야말로 법의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는 거다. 게다가 높은 실업률로 인해 지하철 택배에 젊은 사람들까지 가세하고 있어 기동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노인들 입장에서는 지금의 현실도 감지덕지해야 할 형편이다.

※ 지하철 택배 이용 방법 : 검색창에 지하철 택배라고 치면 다양한 지하철 택배 업체의 주소가 나온다.

노인들의 생계 유지를 위해 지하철 택배 사업을 생각해낸 것은 좋은데, 사후 관리를 하지 않다보니 노인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업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지하철 택배의 수수료 10%대로 낮춰지길 바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택배를 이용해 노인들의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2012년에는 택배를 신청할 때  "할아버지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길 바라본다.

내용이 유익했다면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세상을 바꾸는 손가락질~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