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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2012년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 1순위는 '집단 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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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해오던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대한민국을 분노케 하고 있다. 해당 학교는 작년 7월에도 왕따를 당하던 여학생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는데, 지난 30일 광주에서 또 한 명의 중학생이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했다고 한다. 이정도면 2012년 사라져야 할 1순위는 학교폭력, 왕따가 아닐까.

▲ 집단 괴롬힘을 소재로 한 영화 '싸움의 기술' 스틸 컷


한 명의 학생을 여러명의 학생이 괴롭히는 이지매는 90년대 초 일본에서 수입되었다. 역시 일본은 항상 나쁜 것만 전파한다. 고구마를 제외하면 일본에서 건너온 것 중에 좋은 게 없는 거 같다. 이지매가 수입되기 전에도 여러명의 학생이 한 학생을 따돌리는 왕따는 있었다. 즉 8~90년대 왕따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특정인을 은근히 따돌리는 소극적인 행위였으나, 요즘은 피해자를 괴롭히고 학대하는 적극적인 행위로 진화했다. 이처럼 기성세대들이 알고 있는 과거의 왕따와 요즘 청소년들이 당하고 있는 왕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요즘의 왕따문화를 전혀 경험한 바 없는 기성세대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경찰순찰을 강화하고 왕따 전담팀을 구성하는 게 고작이다. 과연 일반 경찰이 학교 폭력 문제를 근절시키는데 도움이 될까? 나는 자신있게 "전혀 안된다"고 말할 수 있다. 왕따 학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수치심 때문이다. 부모에게 알려지는 것 자체가 굉장히 수치스럽고,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해 왔다는 사실을 남에게 털어 놓는 것이 수치스럽기 때문에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거다. 그런데 과연 그런 학생들이 경찰서에 가서 도움을 청할까? 더군다는 왕따 피해자들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패닉 상태에 빠져 있는데, 경찰에 신고를 한다? 너무나도 어른스러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한 여중생



그나마 도움을 청할만한 상대는 자신의 학교생활을 그나마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교사인데, 교권이 바닦에 떨어진 교사들은 "그건 너희들 문제다"라며 교권 위에 군림하고 잇는 학생들에게 욕먹을 짓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따라서 청소년성폭력범죄처럼 "왕따 피해 학생이 교사 등 보호자의 지위에 있는 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릴 경우 교사 등 보호자의 지위에 있는 자는 지체없이 사법기관과 소속 교육청에 통보해야 하는 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보고가 있으면 사법기관은 피해학생의 신변보호 및 가해학생 처벌을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교육청은 교사들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교사로써의 의무를 다 했는지 조사하고, 사법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가해학생들을 전학 또는 퇴학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왕따는 늪과도 같다. 처음에 빠져나오지 못하면 폭행의 정도는 더욱 심해지는 특성이 있다. 가해자는 더욱 잔인해지고 피해자는 더욱 무기력해지는 게 폭력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 전문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한 학교당 1명의 전문 교사를 두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들어 석사 학위 이상의 법학전공자 또는 졸업 후 갈 곳 없는 로스쿨 졸업생을 법학 전문 기간제 교사로 임용 1주일에 1시간씩 학교폭력, 성폭력을 행사할 경우 어떤 처벌을 받는지부터 피해자가 할 수 있는 법적 대응,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는 절차 등을 교육하고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피해학생 보호 업무 등을 수행한다면 월급이 아깝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언하건데 퇴직 경찰관을 활용한 스쿨폴리스 제도로는 학교 폭력을 예방할 수 없다. 퇴역 군인에게 예비군 동대장을 맡기듯이 퇴직 경찰관에게 학교를 맡기려는 건 그야말로 행정편의주의에 찌든 발상이다. 일선 경찰 인력으로 왕따 예방 전담반을 꾸리는 것은 예능수준이라 따로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예방만큼이나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왕따의 특성상 가해자의 수가 상당히 많다. 특히 폭력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자가 아니더라도 범죄행위를 묵인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해자이긴 마찬가지이며, 은연중에 피해자를 무시하는 경향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왕따가 발생한 학급 구성원 모두가 심리치료사와의 상담을 통해 정신적인 치유를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 내신 성적에 예민한 요즘 청소년들의 특성을 이용해, 심각한 왕따 피해가 발생한 학급의 학생 모두의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발생 학급 출신이라는 빨간 줄을 그어 주는 것도 왕따 예방에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 왕따의 심각성을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왕따는 수 많은 공범을 필요로 하는 필요적 공범 범죄, 집단 범죄이고, 우발적으로 벌어진 범죄가 아닌 계획 범죄다. 한 명이 저지른 범죄를 처벌하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도 수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데, 수 십명의 가해자가 장기간에 걸쳐서 벌인 범죄를 처벌하고, 피해를 복구하려면 적어도 저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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