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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타임스퀘어 스카이 라운지에서 바라본 영등포 사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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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탐방 타임스퀘어 편을 써나가면서 우리 사회의 '모순'을 접한 경험을 얘기할까 합니다. 타임스퀘어 스카이 라운지는 서울의 여느 스카이라운지 보다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 스카이 라운지에서 바라 본 메리어트 호텔


▲ CGV 골드클래스 앞 스카이라운지로 출입문


그런데 골드 클래스와 스카이 라운지를 연결하는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나와 이곳 저곳을 돌다보면 깜짝 놀랄만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바로 영등포의 홍등가(red-light district)입니다.

성매매특별법(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된지 6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영등포의 홍등은 꺼지지 않고 매일밤 어두운 영등포 뒷골목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영등포를 비롯한 대부분의 홍등가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지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날 때까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방의 고급스러운 LED 전광판과 룸 미러 속의 홍등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우선 성매매특별법, 즉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자체의 문제점을 들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성매매집결지폐쇄및정비에관한법률이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성매매를 처벌하는 법은 제정하면서 성매매 업소가 밀집되어 있는 집창촌을 폐쇄하고 정비하는 법률은 제정하지 않고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이와 같은 모순이 발생하게 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집창촌의 태생을 그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집창촌은 사실 정부에서 권장했던 매춘 시스템입니다. 일례로 박정희 정권은 신흥동 일대에 퍼져 있던 윤락가를 한 곳으로 모아 집중관리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그것이 현재의 집창촌이 형성된 배경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일종의 신뢰 보호의 원칙을 깨는 부담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군사정부시절에 홍등가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 했었습니다. 이는 미군의 달러와 일본 관광객들의 엔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정부가 홍등가를 적극 활용했었던 암울한 기억을 떠올려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즉 대한민국의 섹스 산업은 정부가 권장했던 20세기형 고수익 산업이었던 거죠.  

결국 군사정부가 키워놓은 사창가를 이제와서 폐쇄한다는 것은 신뢰를 깨는 모순이 아닐 수 없는 꼴이 되었고 노무현 정권 시절 성매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성매매집결지폐쇄및정비에관한법률은 제정하지 못한 이유가 되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거의 잘못 때문에 집창촌의 문제를 계속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최대한 빨리 성매매집결지폐쇄및정비에관한법률을 제정하여 업주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고 성매매 여성들은 자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업주에게 무슨 보상이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업주에게 보상을 해야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집창촌의 태생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 손님을 기다리는 영등포 사창가 초입 풍경. 도로에 적힌 천천히라는 표시가 유독 인상적이다.


이날 영등포 사창가를 단속하는 경찰이 있는지 한 참을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단속하는 경찰관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1.5km 떨어진 곳에 영등포 경찰서가 있는데 현행법상 불법인 집창촌은 오늘도 홍등을 밝히고 있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타임스퀘어 스카이 라운지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영등포 구청에 따르면 2010년까지 사창가 정비 사업을 완료한다고 하는데, 올해 안에 과연 정비사업이 완료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의 : 자가용으로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가족과 함께 방문할 경우 사창가 쪽으로 진입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세요. 가족이 탔건 남자 혼자 탔건 일단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분들이 '오빠'를 애타게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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