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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최한빛 여자인가 남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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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스젠더 출신 최한빛이 한국 최초로 슈퍼모델이 되었다는 기사가 일면을 장식 했다.

한국 최초라면 세계최초는 아니라는 말인 것 같은데, 해외에서 트렌스젠더가 공신력 있는 슈퍼모델 대회에서 입선한 경우는 없는 듯 합니다.

플레이보이라는 잡지 모델에는 트렌스젠더가 이미 진출 했지만 슈퍼모델이 된 경우는 최한빛이 세계 최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년 이맘때 즈음에는 아이시스라는 트렌스젠더가 미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도전 슈퍼모델'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요. FOX뉴스는 아이시스를 인터뷰하면서 성정체성을 두고 비하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한국의 모습을 보면 미국보다 트렌스젠더에게 더 관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트렌스젠더에 대해 호의적인 분 내지는 성소수자 보호를 외치는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관대하다라는 표현 자체가 눈에 거슬릴 수도 있겠네요)

물론 미국의 경우 몇개의 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 트렌스젠더의 성별 정정을 허용하고 있으며 트렌스젠더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있기는 하지만 수많은 게이들과 트렌스젠더들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곳이 바로 미국입니다. 법이 트렌스젠더를 인정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트렌스젠더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부분이죠. 한국에서는 적어도 그러한 살인 사건을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관대하다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트렌스젠더의 성을 정정해주는 기준이 관대하다는 말을 하려고 합니다.

아마 성소수자 위원회가 본다면 미치고 팔딱 뛸 말이겠지만 한국의 경우 막말로 마치 곧휴만 자르고 유방만 만들면 여성으로 인정해준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즉 외관설을 취하고 있는데요. 염색체 이상인 경우에 성별정정을 허용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정신감정을 통해 여성이라고 판단되면 성정정을 해주는 나라도 있을테지요. 그런데 우리 법원은 곧휴를 잘라 냈느냐. 혹은 곧휴를 어디서 붙이고 왔느냐를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성정체성을 외양만을 보고 판단하는 탁상공론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성염색체도 정상이고 정신적으로도 정상인데 외관만 튜닝하면 성별도 정정해준다는 점에서는 트렌스젠더의 성별정정에 대해 우리 법원은 상당히 관대한 것이 아닐까요?

물론 이런 태도 때문에 정말 여성 혹은 남성의 성정체성을 가졌더라도 곧휴를 잘라 버리지 못했거나 어디서 붙여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성별 정정이 되지 않는 부분은 성별정정을 허용한 취지에 반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외관상 남성인데 호적상으로는 여성이라면 다수의 일반 국민들의 법적 안정성이나 예측가능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또한 곧휴를 달고 있는 자가 여성으로 성별 정정한 자가 남성과 결혼을 한 후 입양을 한다면 그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곧휴 달린 여성은 입양을 할 수 없다는 차별 조항을 둘 수도 없고, 곧휴 달린 여성은 여탕에 들어갈 수 없다고 차별할 수도 없기 때문에 법원의 외관설은 일응타당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공감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법원의 외관설은 이런 문제점이 있습니다.
곧휴를 자르고 여성이 된 트렌스젠더의 진정성은 누가 보장하느냐라는 문제인데요.
법원의 심판을 받고 여성이 된 트렌스젠더가 사실은 남성의 성정체성을 가진 경우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나요?
트렌스젠더의 성정체성에 대한 검증의 책임을 법원이 회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제목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주제로 돌아와 최한빛은 남자인가 여자인가?
법적으로는 여자입니다. 여탕에도 갈 수 있고 남자와 혼인도 할 수 있으며 2세를 입양할 수도 있습니다.
(공중위생관리법상 우리나라는 남성이 여탕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트렌스젠더라도 성별정정을 하지 않았다면 여탕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자~
법적으로는 분명 여성입니다.
그럼 여러분에게 최한빛은 여성인가요? 남성인가요?
제 생각에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만약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겠죠.
트렌스젠더와 게이, 레지비언이 훨씬 먼저 사회문제가 되었던(이 부분도 눈에 거슬리겠지만 사회문제가 되지 않고 그들을 바로 인정했던 나라는 없습니다) 서구 사회에서도 아직까지 그들의 성 정체성을 완전히 인정하는 나라는 네델란드처럼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나라 밖에 없을 정도로 드문데, 보수적인 한국이 마음의 문을 열었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겠죠.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바로 이겁니다.
법원이 좀 더 엄격하게 성별정정을 허용해서(외관을 더 철저하게 보자라는 말이 아니고 외관 뿐만 아니라 성정체성과 염색체, 외관 모두를 고려해서 정말 여성으로 정정을 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자들만 성별을 정정해서) 성별을 정정한 트렌스젠더는 다수의 국민들이 정정된 성별의 인간으로 봐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그때 즈음이면 저도 성별 정정을 받은 트렌스젠더에 대해서 조금은 더 관대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천에서 3천만원의 수술비를 내고 곧휴를 자르고 고환을 드러내는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미치지 않고서야 호기심 때문에 그럴 리는 없을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성전환수술을 받은 후 후회하는 사람들을 방송에서 본 적이 있는 저는..... 성정체성을 더 엄격하게 검사하지 않고 호적정정을 해주는 우리 법원이 못마땅 스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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