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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한일전 박지성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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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일전에서 보여준 국가대표팀의 무기력함을 두고 언론들은 한결같이 '박지성의 공백'이 원인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평가처럼 국가대표팀이 한일전에서 보여준 무기력함이 박지성 선수의 공백 때문일까요?

물론 박지성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면 일본의 탄탄한 미들진이 붕괴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박지성 선수가 최상의 몸놀림을 보여줄 때의 이야기겠죠. 최근에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서 보여준 정도의 활약이었다면 오늘의 경기를 반전시킬 만큼의 임팩트는 주지 못했을 겁니다. 

오히려 오늘 경기의 문제는 조광래 감독의 전술에 있었던 것 같다. 조용형에게 홍명보 감독이 선수시절 보여줬던 모습을 기대한 듯 한데 전혀 기대에 못미쳤고, 볼 배급을 해야 할 윤빛가람은 발을 맞춰본 경험이 거의 없는 팀동료들과 융화되지 못한 듯 했습니다. 뒤에서 받쳐주는 조용형이 패스미스를 연발하고 윤빛가람의 패싱력이 살아나지 않자 미드필더진의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고, 결과적으로 전반 내내 일본에게 점유율을 완전히 내주고 말았습니다.

3:7 수준의 점유율에 당황했는지 조광래 감독은 자신이 선택한 신형민 카드를 후반 시작과 동시에 기성용으로 교체했는데요. 초반에는 기성용 카드가 먹히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의 질식 수비에 대표팀의 미드필더진은 또다시 막히기 시작하며 일본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차두리선수가 투입되면서 측면이 활기를 찾아가는 듯 했고, 기성용의 전진이 인상적이었다는 건 그나마 오늘 경기에서 찾을 수 있는 희망이었죠. 이청용 선수와 박주영 선수가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쳤던 점도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가 빠졌다고 해서 패스 공간이 확연하게 줄어드는 현상은 대표팀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는데요. 이런 과제를 풀기 위해선 절대 박지성 선수에게 의존해선 안될 겁니다. 차라리 박지성 선수가 없는 국가대표 경기를 자주 가지면서 패스 공간을 만들어 가는 훈련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유익할 것 같습니다. 

이미 무릎 수술을 3차례나 받아 별다른 부상이 없더라도 피로가 누적되면 무릎에 통증이 올 수 있는 박지성 선수에게 계속해서 공간을 만드는 역할을 부여한다는 것은 박지성 선수뿐만 아니라 대표팀에게도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오늘의 무기력한 플레이의 원인은 미들진과 공격진이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빈공간을 만들어 내지 못해서이지 박지성 선수가 빠져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는 말그대로 수비가 강한 강팀과 공격이 약한 약팀의 경기처럼 보였습니다. 공격이 약한 약팀이 수비가 강한 강팀을 공략하려면 압박을 하는 수 밖에 없는데, 오히려 압박을 당했으니 박지성이 두 명 투입되었어도 좋은 경기력은 보여주지 못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제압하며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팀이란 점도 배제해선 안된다는 말과 함께 다음 경기에선 대표팀이 재밌는 경기를 보여주길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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