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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남자의 자격, 감동 속 옥의 티 '후천선 반박자 지체장애?'

자의 자격은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입니다.
개인적으로 남자의 자격은 예능 PD들에게 '예능프로그램이 나아가야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 같은데요. 현재 방영중인 합창단편은 예능이 다큐 이상의 감동을 줄 수 있고, 예술 이상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 방송에서는 다소 아쉬운 자막 처리가 눈과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오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지체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고, 지체장애인 가족들에게 아픔을 줄 수 있는 자막이었기에 지적을 해보려 합니다.

감동 속 묻혀버린 문제점, 누구 하나 지적하지 않아 더욱 안타깝다

문제의 자막은 박자감각이 떨어져 헤매던 이경규가 베이스 멤버의 도움을 받으며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노출되었습니다. 연습을 아무리해도 이경규의 실수가 계속되자 화면에 후천성 반박자 지체장애라는 자막이 흘러나왔는데요.

▲ 사진 : KBS 남자의 자격 화면 캡쳐


여러분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위 자막을 보며 깜짝 놀랬습니다.

지체장애란 골격, 근육, 신경계 중 어느 부분에 질병이나 외상으로 인한 신체기능 장애가 영구적으로 남아 있는 상태로 박자를 틀리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용어임은 둘째치고, 장애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잘못 되어 있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후천성 반박자 지체장애라는 자막은 박자를 틀린 사람에게 '박자도 못맞추는 병신'이란 표현을 고급스럽게 한 것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즉 문제의 자막은 장애인을 바보 취급하는 장애인 폄하성 자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

장애인 단체는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매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 대비 그 효과는 미비한게 사실입니다. 반면 인기 예능프로그램에서 반박자 지체장애란 표현은 투자 대비 효과가 엄청납니다. 

예를들어 위 자막을 본 청소년들이 박치, 음치 친구에게 "으구! 후천성 반박자 지체장애야!"라고 말하는 순간 지체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순식간에 퍼져나가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이러한 놀림은 바이러스 처럼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기도 하고, 때로는 바이러스보다 훨씬 치명적인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아무렇지 않은 자막에 태클이나 걸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차별과 편견은 아주 작은 잘못에서 부터 시작하기에, 이런 작은 실수를 바로 잡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자의 자격 제작진이 이 글을 본다면 다시는 그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강력하게 요구함과 동시에 수많은 지체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위로와 사과의 자막을 몇초 동안만이라도 노출하는 멋진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