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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부산도끼사건, 그 참혹한 순간이 왜 이제 알려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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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태 사건이 발생했던 부산 사상경찰서 관할에 또다시 강력성범죄가 발생했다. 일명 부산도끼사건이 그것인데, 이번 사건은 13일밤의 금요일의 악당 제이슨을 연상케 하는 잔혹성 때문에 그 충격이 더욱 크다.


자신의 성적 쾌락을 위해 미성년아동을 발가벗긴 후 청테이프로 묶어두고, 자신의 성행위를 방해할 수 있는 피해자의 엄마와 아빠를  도끼로 무참히 살해하려 했으며, 피해자의 오빠를 창밖으로 집어 던지는 등 그 수법이 역대 성범죄 중에서 가장 잔혹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불행 중 다행으로 부산도끼사건의 가해자는 도주 중 검거되어 살인미수 및 강간미수 혐의로 입건된 후 현재는 검찰에 송치된 상태라고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경찰에 대한 피해자 측의 불신이 있었다고 하니 부산지방경찰청 청문감사실 감찰계는 사상경찰서의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자세히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엄청난 사건인 '부산도끼사건'을 기자들이 놓쳤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정도 사건이 기자가 아닌 피해자의 언니와 네티즌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다는 사실이 더욱 무섭다.



이제 와서 경찰의 늦장 출동, 은폐 의혹에 대해 비판성 기사를 쏟아 내는 언론을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기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부산도끼사건과 같은 흉악한 범죄를 두고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다시는 이러한 흉악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 연구와 피해자의 회복 문제에 집중하는 것일 테다. 
  
솔직히 부산도끼사건과 같은 유형의 범죄는 형사정책으로는 예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난 정성현, 김길태 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강력 성범죄가 해당 지역의 가장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가난한 동네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거다. 즉 가난한 동네에 더 많은 치안센터를 짓고, 더 많은 경찰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막장 인생에 의한 막장범죄,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

부산도끼사건처럼 피해 정도는 크고 가해자는 무일푼인 경우, 피해자의 회복문제 역시 한계가 있다. 현재 시행 중인 범죄피해자구조법을 부산도끼사건에 적용하면 중상해를 입은 엄마, 아빠는 구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옷이 발가벗겨진 상태에서 극도의 공포를 경험한 막내딸은 구조의 대상이 아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피해자의 언니도 구조의 대상이 아니다. 창밖으로 던져졌던 오빠도 중상해를 입은 건 아니기 때문에 구조대상이 아닐 것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가해자에게 충분한 재산이 있다면 중상해를 입은 엄마와 아빠도 범죄피해자구조법의 적용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부산도끼사건과 같은 범죄는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해 발생한 사고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가는 중대한 법익침해를 입은 국민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보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범죄 피해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만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범죄피해자에 대해 구조를 해주는 정도다. 결국, 가해자가 범죄피해를 보상해주면 국가는 아무런 보상 책임이 없다는 말인데,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다.

아무튼, 짐승 같은 한 인간의 참혹한 범행에 5인 가정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럼 그 죗값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양형위원회가 과연 이번 부산도끼사건의 가해자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을 물을지 전국민이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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