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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예견된 민주당 패배, 오히려 잘됐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올리면 될 선거에서도 승리하지 못하는 민주당을 보며,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저는 민주당에 그렇게 인물이 없을까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에 인물이 많다는 말은 아니며 민주당에 정말 인물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한나라당의 인물과의 승부에서도 카드 선택을 잘못해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민주당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데요. 즉 단순히 인물 부재의 문제가 아니라 카드 선택과 카드 조이기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말입니다. 장상 후보를 은평을에 투입한 순간, "뭐야.. 이재오랑 싸워서 이기는 건 어렵다고 보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버리는 카드처럼 보였습니다. 은평구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장상 카드를 무슨 이유로 내세웠는지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최소한 보궐선거의 특징만 파악했더라도 장상 카드는 꺼내지 않았을 겁니다. 보궐선거는 누구보다 지역현안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작은 선거전인데 어떻게 지역의 문제점이 뭔지도 모를 것 같은 3~4개월짜리 초짜 지역민을 후보로 내세울 생각을 했을까요. 보궐선거 빅매치에 초짜 지역민을 내세운 걸 보면 아무래도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이 너무 거만해진게 이재오를 정계에 복귀시켜준 원동력이 된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장상 카드는 분명 문제가 있었고 결과도 역시 문제가 있었음을 입증해줬습니다.

그럼 어떤 카드를 꺼냈어야 할까?
 
개인적으로 고연호 대변인 카드를 썼으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들지만 아직까지는 인지도가 많이 낮아서 쉽게 꺼낼 수 없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부재자투표가 끝난 후에 야권 후보단일화를 하는 모습을 보며 "이겨도, 졌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거든요.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야권의 대표당 민주당이 어떻게 간접 민주주의의 핵심인 투표권을 개무시하는 야합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들이 하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고 남이 하면 민주주의를 깨부수는 행동이라는건지, 이번 보궐선거에서 보여준 야당, 특히 민주당의 모습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선거를 이틀 남겨두고 야권 단일화에 합의했다는 기사를 보고 저는 솔직히 '차라리 왕의 남자 이재오가 당선되길' 바랬습니다. 결국 은평 전투에서도 패하고 보궐 전쟁에서도 패한 민주당은 대의와 명분을 동시에 잃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번 패배는 민주당에게 필요한 패배였습니다. 한나라당이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6.2 지방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이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번 패배를 통해 '반사적 이익'만 기대하다간 정권 교체는 힘들다는 사실을 실감했길 바랍니다. 그리고 야권단일화는 한나라당 심판의 키워드가 될 수 없다는 사실과 국민의 한나라당 심판법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인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