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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제강성렬 해설보다 더 불쾌했던 김정일 캐스터의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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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훈 선수의 10000m 금메달 소식의 기쁨을 반감시켰던 해설 내용, 기억 나시죠?
사실 이승훈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 했다는 자막이 나왔지만 환호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어설픈 해설 때문이었는데요. 국제빙상연맹의 정확한 규정을 알리 없는 일반 시청자들은 해설자의 말만 듣고 판단을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보니 콘을 건드려야 실격인데 콘을 건드리지 않은 스벤 크라머가 무슨 이유로 실격을 당했는지 알지도 못한 상황에서 자국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걸 기뻐해도 되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던 거죠.


더욱이 우리에겐 오심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안톤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에 속아서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빼앗겼던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의 기억인데요. 당시 우리 국민들은 헐리우드 액션을 했던 오노에 대한 분노 만큼이나 오심을 했던 심판진에게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오심을 알면서도 기뻐한 미국에 대한 적개심까지 생겼던 최악의 순간이었죠.

USOC Athlete Portraits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 우리 선수가 오심 덕분에 금메달을 차지했다는 리양스의 해설을 듣고 '내가' 기뻐한다면 안톤오노의 금메달에 기뻐한 미국민가 다를 게 뭐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마냥 금메달 소식을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든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오심 논란에 대해 '박지성 선수는 심판 판정도 경기의 일부다'라고 했습니다"라는 김정일 캐스터의 발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안톤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과 오심도 경기의 일부니까 분노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되는건데 어찌 동계올림픽을 독점 중계하는 SBS의 김정일 캐스터가 이런 막말을 할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갈성렬 해설위원의 주님발언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글을 써주셔서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주님 발언에 묻혀 욕을 먹지 않고 있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는 막말은 마치 '안톤 오노 만세', '1등 만세!'라고 외치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올림픽 정신이니 스포츠정신이니 떠들던 자들이 오심도 경기의 일부니까 이유야 어찌됐건 이승훈 선수가 금메달이라는 식의 '복불복' 해설 때문에 피땀 흘려 이뤄낸 이승훈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마음껏 축해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스벤 크라머의 실격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변명까지 하고 있습니다. 실격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주님이 정해줬다느니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느니 망언을 한 건지 이해할 수 없군요.

Speed skater Ivan Skobrev takes silver at Vancouver 2010 Winter Olympics
▲자국 선수를 1바퀴 차이로 추원하는 낯선 동양인에게 기립박수를 보낸 네델란드 응원단

국민들이 원하는 해설은 편파 해설, 어록 해설이 아닙니다. 네델란드 응원단이 자국 선수를 1바퀴 차이로 추월하는 이승훈 선수에게 기립박수를 쳐주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것과 같은 성숙한 해설, 공정한 해설을 원할 겁니다.


Sports News - February 24, 2010
▲ 슬픔에 빠진 스벤 크라머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 했다

잘하는 선수에게는 박수를, 억욱한 판정을 받은 선수에게는 위로를 보내는 해설이야 말로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해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SBS 해설진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습니다.
만약 스벤 크라머가 실격처리 되지 않고 금메달을 땄다면 무슨 말로 우리 국민을 위로 하려고 했나요? "오심도 경기의 일부니까 수긍하세요!, 주님이 이승훈 선수에게 은메달을 주셨습니다"라고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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