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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사형제도 폐지나 부활이냐에 앞서 생각해야 할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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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5일은 사형제도의 존폐가 결정되는 중요한 날입니다.
이미 대법관들은 사형제도가 위헌이냐 합헌이냐에 대한 판단을 하셨겠지만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몇자 적어 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97년 이후로 사형을 단 한 번도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사형제도가 유지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형제도가 폐지된 나라로 분류하는 단체도 있습니다(세계평화에 기여하고 국제인권운동에 앞장서는 국제기구 국제엠네스티는 실제로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음).

사형제도가 헌법에 합치하는가 불합치 하는가 아니면 위배되는가를 학문적으로 따지기 전에 주목해야 할 점은 12년 동안 단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법은 진리도 사실도 아닌 학문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사형을 12년간 집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떤 학문도 '사실'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12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는 말은 사형선고를 받고도 사형집행을 12년간 받지 못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교화가 되었거나 진심으로 죄를 반성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 사형수가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 영화 '하모니' 스틸컷


저는 개인적으로 사형제도가 최소한 헌법에 불합치하거나 위헌인 이유는 바로 사형이 선고된 후 언제까지 집행해야 한다는 제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형을 시켜서 우리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야 할 만큼 위험한 존재라면 늦어도 1년 안에는 사형을 집행해야 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진범이 나타날까봐 기다려 주는 거라면 그것 자체가 사형제도의 불완전성과 위헌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겠죠. 또한 사형수를 사형집행 전에 교화시키고 교정하려 한다면 그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며 너무나도 비인간적인 처사입니다. 결국 사형제도가 합헌이기 위해서는 사형선고 후 최대한 빨리 사형을 집행해야한다는 말인데요. 최근 흥행중인 영화 '하모니'를 보신분들은 나문희가 사형집행을 당하는 모습에 많은 눈물을 흘리셨을 겁니다.


영화 하모니는 여성 수감자들의 생활을 다룬 영화로 슬픔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사형선고를 받고 모범수로 십수년째 수감중인 나문희를 영화 마지막에 사형시키는데 많은 분들이 이 장면을 보고 사형제도의 문제점에 공감하셨을 겁니다.


만약 이번에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다면 12년간 수감생활을 하며 교정을 통해 교화된 사형수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그럴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었일까요?

우선 우리의 교도행정이 범죄자를 교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국가가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겠죠. 최소 12년간 교정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야 할만큼 위험한 존재로 남아 있다는 말은 교도소는 범죄자를 사회와 일시적으로 격리시키는 기능 밖에 하지 못한다는 말이 되며 '교정'이라는 학문은 사라져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반대로 사형수 중에 교정을 통해 교화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사형시키는 것은 국가권력이 법집행이라는 탈을 쓰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10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으면 사형폐지국이 된다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형제도가 합헌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12년간 수감생활을 하며 교화된 자를 사형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헌재가 사형제도가 헌법에 불합치한 면은 인정하면서도 위헌은 아니라는 판단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인권, 피해자 가족의 인권, 그리고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이코패스적인 폐륜 범죄를 본다면 우리 사회가 그러한 강력범죄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때까지는 사형제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측면 때문일텐데요. 
  



결론은 조두순, 강호순 같은 자들은 영원히 사회와 격리시켜야 하겠죠. 하지만 사형제도가 합헌결정이 나더라도 무분별하게 사형을 집행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합헌 결정이 나면 조두순과 강호순이 교화될 가능성은 없겠지만 교화되기 전에 신속한 사형집행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이번에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서 합헌판결이 나겠지만 통치를 위한 야만적인 수단에 불과한 사형제도는 늦어도 10년 안에는 폐지되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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