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와 생각

백화점 VIP 계급표, 신라시대 골품제와 비교

반응형

 

매년 2월 중순이 되면 쇼핑중독자들에겐 <계급장이 나왔으니 받으러 오라>는 통지서가 날아온다. 통지서를 가지고 백화점을 방문하면 차량에 부착할 주차증과 백화점 카드에 부착할 스티커가 동봉된 봉투를 준다.  


봉투 속에는 위와 같은 VIP주차증이 들어 있는데, VIP주차증이라고 다 같은 주차증이 아니다. 백화점 VIP에도 계급이 있다. 계급에 따라 1년간 쇼핑 강도가 다르며 대우도 다르다. 오늘은 계급이 가장 체계적으로 나눠져 있는 현대백화점의 계급을 소개하겠다.


현대백화점의 계급체계는 왕이 될 수 있는 성골과 진골, 그리고 6두품으로 엄격하게 구분했던 신라의 골품제를 연상케 한다. 신라가 관복의 색깔을 자색, 비색, 청색, 황색으로 나눠 겉모습만 봐도 그의 신분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처럼 현대백화점도 성골은 블랙, 진골은 블루와 핑크, 6두품은 회색으로 구분짓고 있다.

 


1포인트를 적립하면 1,000원을 사용해야 한다. 단 여행사, 식당가(일부), 안경점 등 임대매장, 미술작품, 공연티켓 등 서비스상품, 수입시계(일부), 게임기(일부), 서점(일부점), 피아노(일부점), 일부 식품 등은 적립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6대 명품(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까르띠에, 티파니, 불가리)과 가전제품 등은 구입액의 50%만 적립된다. 특히 성골(블랙 쟈스민)이 되기 위해 하루만에 1억 이상 집중 쇼핑을 할 경우에도 적립은 50%만 된다.

성골 클럽 쟈스민 블랙

고객은 왕이라고 하지만 진짜 왕 대접을 받으려면 블랙 쟈스민이 되어야 한다. 소위 VVIP라고 불리우는 계층이다. 현대백화점은 VVIP에게 업무(쇼핑)량을 할당을 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하는 짓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블랙 쟈스민이 되기 위해 필요한 포인트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어렵게 오른 자리인 만큼 특급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이들 중 연간 10억 이상 쇼핑을 하는 성골 중의 성골에게는 세계여행상품권, 전세기 이용권 등의 엄청난 혜택이 주어진다.

진골 클럽 쟈스민 핑크&블루

연간 3,500만원 이상 쇼핑을 하면 쟈스민이 될 수 있다. 쟈스민이 VIP가 된 듯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전점에서 발렛파킹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발렛 횟수와 주차 시간에 제한이 없다. 음료와 다과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클럽쟈스민의 출입도 가능해 진다. 설날에는 고추, 된장 등이 들어 있는 선물도 준다. 성골 블랙 쟈스민과 함께 백화점 매출의 13%를 책임지고 있음에도 신라 상대의 진골처럼 왕이 될 수는 없는 왕족이다.
 

6두품 플래티늄 

연간 1,500만원 이상 쇼핑을 하면 플래티늄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상급 신분층이긴 하지만 신분 상승에 제약이 많다. VIP 클럽 출입이 불가능하고, 플래티넘데스크라는 초라한 휴게시설에서 쇼핑의 피로를 풀어야 한다. 음료도 유리잔이 아닌 종이컵에 제공되고, 발렛도 월 1회, 무료주차도 3시간으로 제한된다. 명절에는 아주 작은 선물을 보내준다.

6두품 세력이 그랬던 것처럼 백화점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아 다른 백화점의 VIP를 겸직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일부는 보이지 않는 차별에 불만을 품고 반현대 세력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2012년부터는 6두품인 플래티넘의 계급장이 동그라미가 아닌 사각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디자인 변경만으로 그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는 없을 것 같다.

4~5두품 골드

신라 역사에서 5두품과 4두품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는 것처럼, 이들에 대한 기록도 거의 없다. 4두품 골드는 연간 500만원 이상 쇼핑을 하면 된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그냥 하루 2시간 1개 지점에 한해 무료주차가 가능한 동그란 주차스티커 한 장을 받을 수 있는 게 전부다. 6두품 이상의 계급과 달리 동그란 골드 계급장 속에는 바코드도 없다. 한 마디로 관리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골드 계급은 지방의 촌주에 해당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연간 1,000만원 이상 쇼핑을 하면 오를 수 있는 5두품 골드에게는 2시간 주차 혜택 외에 덤으로 월3회 플레티넘 데스크 이용권이 주어진다.

1~3두품 그냥 고객

일반 고객으로 평민 계급이다. 백화점 카드만 발급해도 1~3두품 고객은 될 수 있다. 1~3두품이 되면 매달 백화점 우편물이 배달되는데, 그 속에 2시간 무료주차권 2장이 들어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모든 백화점의 성골 계급장을 모두 분인 차를 본 적이 있는데, 중고나라에서 구입한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인터넷 직거래 장터에서 성골 계급장이 수십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아무튼 올해부터 현대백화점의 계급체계가 더욱 복잡해졌는데, 신라도 하급 신분층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상한 관등에 몇 개의 관등을 더 세분화해서 두는 중위제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중위제는 골품제 자체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