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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지하철 난투극 말리지 않는 시민들, 올레 외치는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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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철 난투극이라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할머니와 여학생 중 누구를 사냥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중이다. 자신이 목격자라는 네티즌의 주장에 따르면 '동영상에는 나오지 않지만 할머니가 다리를 꼬고 있는 여학생에게 "흙이 묻으니 다리를 내려달라"고 하자 "죄송합니다"라고 몇차례 사과를 했음에도 할머니의 훈계와 폭언이 계속되자 여학생이 반말을 하게 된거'라고 해 피해자인 여학생을 무책임한 기자들이 패륜녀로 몰고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동영상 최초 유포자와 할머니는 형사처벌 대상, 기자는 이번에도 그냥 빠져나갈 듯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더라도 이미 상황이 절정에 다다른 이후부터의 영상이라 원인제공자가 누구인지, 왜 저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음에도 기자들은 '지하철 난투극', '지하철 패륜녀'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며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생산해 내며, 올레를 외쳤다. 


설령 해당 영상이 사실관계의 전부라고 하더라도 해당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서는 안된다. 위 영상은 절대 공익을 위해 올렸다고 볼 수 없고, 오로지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적 영역을 침범하기 위한 영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일은 유튜브에 지하철 난투극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린 네티즌은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하며, 패륜녀로 몰고간 기자들도 사실확인 의무를 다 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할머니는 폭행죄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경기장의 링이 되어버린 시민들

특히 이번 영상에서는 여학생과 할머니의 행동만 문제되는 게 아니다. 폭행장면을 보고도 꿈쩍도 하지 않은 시민들을 보며 대한민국도 이제는 강력한 착한 사마리아법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정의구현을 외치는 국민들로 가득한 대한민국에서 34년생 할머니가 10대 여학생의 머리끄댕이를 잡고 폭력을 행사하는 걸 보고도 말리지 않는 데 과연 위험에 빠진 시민을 자발적으로 도울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34년생 할머니의 폭력도 막아주지 못하는데, 2~30대 건장한 남성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찍'소리도 못하지 않겠는가?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 시민을 발견한 여학생이 "유튜브에 올려! X나 못생겨가지고"라고 하자 시민들은 그 말이 무엇이 그렇게 재밌는지 웃음을 보이며 영상은 끝이 났는데, 마치 악마의 웃음을 듣는 듯 했다.

여학생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한 건 할머니지만 물리적 폭력보다 훨씬 강한 정신적 폭력을 가한 자들은 명당자리에 앉아 싸움 구경을 한 시민과 동영상 촬영에 여념이 없었던 관찰자가 아닐까. 지금은 그들이 '재밌는 싸움의 구경꾼'이지만, 언제 어디서 당신이 링 안으로 들어가 난투극을 벌여야 할 지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강력한 착한사마리아법이 어서빨리 도입되어 '방관자'들에 대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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