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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기상청 조작의혹 보다 오차범위가 더 무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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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자신들의 예보 내용에 맞춰 볼라벤의 실제 진로를 조작한 의혹이 있다"는 기상 전문가의 의혹제기에 기상청은 "오차가 있을 수는 있어도 최선을 다해 판단한 결과"라고 진화에 나섰다.

 

 

기상청의 볼라벤 진로 조작의 의혹은 지난 28일 서해에서 북상 중이던 태풍 볼라벤의 진로에 대해 대한민국 기상청이 내 놓은 결과가 미국, 일본 등 세계 유수 기상 기관들과는 유독 달랐기 때문에 시작됐다.

 

대한민국 기상청이 내 놓은 결과는 미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와 일본기상청(JMA) 발표보다 경도 0.8~1.1도나 차이가 났다. 적게는 90km, 많게는 120km나 차이가 난 거다.

 

 

이를 두고 기상청 관계자는 "서해 상에는 관측 장비가 거의 없기 때문에 태풍의 중심 위치를 결정할 때 오차가 발생할 수는 있다"고 조작 의혹 제기에 반박했다고 하는데, 태풍 경로 조작보다 더 무서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장비가 없으니 태풍 이동경로의 오차범위를 90~120km까지 용인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태풍의 경로가 아래 그림처럼 한반도와 더 가까운 위치로 북상했어도 기상청은 과도한 오차 범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오차 범위가 120km라는 말은 언제든지 위와 같은 끔찍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번에는 다행히 기상청의 예보한 태풍의 진로보다 실제 태풍의 진로가 한반도에서 서해상으로 90~120km더 떨어졌기 때문에 예상보다 피해가 덜했겠지만, 반대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조작이 있었다면 관계자들은 중징계를 받게 된다. 반면 불가피하게 발생한 오차범위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공무원의 고의과실이 없기 때문에 징계를 당하지 않아도 된다. 기상청 입장에서는 용인할 수 있는 오차범위였길 바라겠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차라리 조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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