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와 생각

전자발찌 차고 성폭행 및 살해, 전자발찌 효과 어느정도?

반응형

 

전자발찌를 차고 가정 주부를 성폭행 및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한 방송사의 아나운서가 "이럴 거면 전자발찌를 왜 채우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사실을 전달해야 할 아나운서가 감정적으로 뉴스를 보도한 부분은 문제가 있다.

 

 

경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가해자 서씨는 강간과 절도, 강도상해 등 전과 12범으로 모두 16년 동안 교도소 생활을 했으며, 혐의 대부분이 성폭력 관련 범죄였다고 한다. 즉 아나운서가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고 싶었다면 전자발찌를 부착해 성범죄자들의 행동을 감시하는 전자 감시제도가 아니라 재범 가능성이 높은 성범죄자를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키지 않는 양형 시스템을 비판했어야 한다.

 

전자발찌를 이용한 전자 감시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006부터 2008년까지의 성범죄자 재범률은 14%대 수준으로 상당히 높았다. 반면 전자 감시제도가 도입된 이후 2년간의 성범죄 재범률은 1.6%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재범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뉴스 아나운서라는 사람이 "이럴 거라면 전자발찌를 뭐하러 채우는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뉴스를 전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최소한 뉴스 아나운서라면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기 전에 객관적인 자료 정도 검토 정도는 한 후, 현행 제도를 비판하는 코멘트를 달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전자발찌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가충전 문제, 훼손 문제,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문제, 이중처벌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계속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 게 바로 한국형 전자발찌, 전자 감시제도다.

 

이들 문제 중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는 역시 위헌성인데, 전자발찌 소급 적용을 두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된 상태다. 덕분에 악질 성범죄자 1829명이 전자발찌 부착을 하지 않고 전국을 활보하고 있는 상태다. 이 중에는 영화 도가니의 장본인 이씨도 포함되어 있다.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건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합의1부(유헌종 지원장)다. 충주지원 형사합의 1부는 <아동을 성폭행해 수년간 복역하고 출소를 앞둔 59세 김모씨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게 해달라는 검찰의 부착명령청구 사건>에서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전자발찌법)' 부칙 제 2조 1항의 위헌 여부를 심판해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다. 전자발찌법 시행 이전에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전자발찌법을 소급적용해 전자발찌를 채우도록한 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인데, 위헌의 근거는 우리 나라의 전자발찌법이 보안처분이라기 보다는 형벌에 가깝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독일, 미국, 네덜란드 등 전자 감시 제도가 시행중인 나라의 전자발찌법은 보안처분에 가까우나, 우리나라의 전자발찌법은 형벌에 가깝다. 외국의 경우 CSI에도 자주 나오지만 구치소 수감을 대신해 전자발찌를 부착한 후 해외 도피, 2차 범행 등을 감시를 하는 형태지만 우리는 형을 마친 자에 대해 또 다시 감시를 하는 꼴이라 형벌이라고 보는 게 타당해 보이긴 한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여러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120년형, 100년형 등 확실히 사회와 격리시켜주는 형량을 선고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강간 상해죄를 질러도 징역 12년, 10년형 등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으니, 어찌보면 만기 출소 후 길어야 3년 정도 전자발찌를 차고 다니란 것을 형벌로 보는 건 형사정책을 지나치게 형식적 법치주의에 입각해서 바라보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많이 배운 박사님들의 논문을 보면 전자발찌법이 보안처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들의 논문을 읽다보면 '너무 똑똑하다'는 생각이 든다. 논리에 오류가 없다. 하지만 전자발찌법 시행 전후 성범죄자의 재범률을 조사한 통계자료를 통해 재범방지효과가 있음이 명백해졌고, 조두순같은 악마가 몇년 살다 출소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자신들의 똑똑함은 잠시 숨겨두는 게 어떨까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문제는 전자발찌 착용 기간이다. 전자발찌법에 따르면 전자발찌는 길어야 3년만 부착하면 끝이다. 3년만 지나면 성범죄자들의 감시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된다. 결국 전자발찌가 성범죄 재범률을 일시적으로는 줄일 수 있으나 영구적으로는 줄일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자들을 감시만 하지 말고, 성도착증에 빠져 성적 판타지를 갈망하는 성범죄자들의 정신을 치료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 같다. 법무부와 정부는 전자발찌가 성범죄자의 정신상태를 고쳐주는 치료약이 아니란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