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와 생각

국물녀 CCTV 보니 형사책임 없을 수도 있어...

반응형


여러분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청와대 신문고에 글을 올릴 건가요? 아니면 다음 아고라와 같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네티즌의 도움을 받을 건가요? 아마 후자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사법부가 공정한 판결을 내리지 않았거나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경우라면 네티즌의 도움을 청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지만,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청원과 일단 믿고 보자는 반응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채선당 임신부 폭행 사건만 보더라도 당사자 일방의 말만 믿고 사실관계를 재구성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국물녀 사건도 채선당 임신부 폭행 사건과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피해자 부모의 주장에 따르면 국물녀는 형법 제266조 과실치상죄에 해당하는 형사범죄를 저지르고 현장을 빠져나간 형사범죄자이자 파렴치범입니다. 하지만 국물녀의 주장에 따르면 개인의 도덕적 기준에 따라 비판은 할 수 있으나 형법의 기준에 따라 처벌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아닙니다. 국물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형사책임은커녕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없습니다. 오히려 국물녀를 희대의 파렴치범으로 만든 국물녀 애엄마가 형사처벌 및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습니다.

블로거의 관련 글 : 국물녀 형사책임에 대한 법률 검토

국물녀에게 형사 책임이 있는지 여부는 1차적으로 경찰이 밝힐 일이지 네티즌이 밝힐 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당사자들의 주장이 상반되고 있기에 재판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 즉 CCTV만 보고 사실관계를 확정지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닌 거죠. 그렇다면 과연 CCTV를 전국민이 봐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CCTV가 공개됨으로 인해 비난의 화살이 국물녀에서 국물녀 애엄마로 돌아 가긴 했지만, 그것 역시 확실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나온 판단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CCTV 공개는 대중의 호기심을 풀어주는 기능 밖에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부모가 인터넷에 글을 올려 여론재판을 유도한 이상 CCTV 공개는 불가피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채선당 사건도 그랬도 이번 국물녀 사건도 그랬고, 양측 주장이 상반되는 사건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면 당사자들은 모두 상상 이상의 사회적 형벌을 받게 됩니다. 하나의 인격체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모욕과 비난이 쏟아지고,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이미 쓰여진 모욕과 비난의 댓글들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오늘 경찰에 자진 출두한 국물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자가 돼 있어 억울한 심경에 자진 출두했다”고 자진 출두의 이유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나도 모르게 파렴치한 범죄자가 되는 일>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란 걸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