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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서울시 자전거도로 확장? 박원순 시장이 그 전에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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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자전거 전용 도로를 확장하겠다고 한다. 자전거 전용 도로 확장은 1050만 인구를 자랑하는 메가시티 서울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전임 시장 시절의 자전거 도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예산을 낭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유럽의 자전거 도로는 한국의 그것과는 완전 다르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도로 가장자리에만 있는 게 아니라 도로 한 복판에 자전거 도로가 나와 있는 등 자동차와 자전거가 함께 도로를 달리는 시스템이다. 


얼마전 독일의 한 도시에서 자전거가 1차선과 2차선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길래 "오토바이도 아니고, 뭔 놈의 자전거가 겁도 없이 도로 한 복판을 질주하는 거야?"라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신호가 바뀌는 순간 나의 생각도 바뀌었다. 1차선과 2차선 사이의 폭 1m의 공간은 자전거 전용 도로였던 거다. 영토가 넓고 도로율이 높은 독일만 그런 게 아니다.


국토가 좁고 도로 폭이 좁은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에서도 자전거들이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특히 이들 세 나라에는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더 많을 정도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었다. 

그럼 우리도 도로 중앙에 자전거 전용 도로를 설치해야 하는 걸까? 아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자전거 전용 도로를 유럽처럼 도로 한 복판에 설치한다면 하루에 십 수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게 뻔하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바로 다음의 것들이다.


1. 자전거 전용 건널목이 필요하다. 자전거 전용 건널목 설치에는 많은 예산이 들지 않는다. 위 사진처럼 표지판 하나 달아주고, 줄만 그어주면 된다. 전용 건널목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사고 발생시 과실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일반 횡단 보도를 건너는 것은 위법한 행위다.


2. 사실 자전거 전용 건널목보다 더 절실한 것은 자전거 주차 공간이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고 싶어도 마땅히 자전거를 세워 둘 곳이 없어서 자전거 외출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거다. 특히 지하철을 타러 갈 때, 서울시에 자전거 주차공간이 부족함을 원망하곤 한다.


부럽게도 유럽의 중앙역 및 주요 건물 부근의 자전거 주차공간은 서울의 10~100배 이상이었다.


이처럼 자전거 주차공간이 도심 곳곳에 있는 건, 자전거 문화가 발달한 도시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하지만 자전거 공간이 부족한 것은 유럽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자전거 인프라가 잘 구축된 만큼 자전거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행복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아무리 봐도 도심의 시설물을 자전거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한 것 같다는 사실이다. 



가드레일은 자전거를 걸기에 안성맞춤이었고!


가로등도 자전거 자물쇠를 걸기에 적당한 둘레로 디자인되어 있었다.


가장 소름돋는 도심 디자인은 바로 위 사진처럼 가로수 가드를 자전거 주차 공간으로 디자인 했다는 거다! <자전거+나무>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친환경 조합의 도심 디자인이 아니겠는가! 베토벤의 고향 본은, 디자인 도시니 뭐니 하면서 엄청난 혈세를 낭비했던 서울시가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해주고 있었다.


3. 마지막으로 탁상행정, 성과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창원시, 대전시, 여수시 등이 캐나다의 유료 공용 자전거 대여 시스템인 빅시를 따라하고 있긴 하다. 서울에서도 마포구 등이 유료 공용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도입해 시민 편의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경우 유료 공용 자전거 이용률은 굉장히 저조하다.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자전거가 있어도 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차공간도 없고, 자전거 전용 도로가 더 위험한데 누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싶어 하겠나.


자전거 인프라 확충 소식이 전해지자 자전거 회사인 삼천리 자전거, 자전거 전용 도로의 재질인 컬러 아스팔트 제조업체인 극동유화 등의 급등했다. 하지만 단순히 예전처럼 자전거도로만 만든다고 해서 자전거 판매량이 늘지는 않을 거다. 또한 위 사진처럼 컬러 아스팔트 없이도 자전거 전용도로를 조성할 수 있다.  


상암동에 가보면 위 사진(출처 : 다음 로드뷰)처럼 도로가 갑자기 좁아지면서 자전거 전용도로로 바뀌가 하면, 아래 사진처럼 내리막 길에 버스 정류소와 자전거 도로가 공존하는 등 시민의 안전과 생명 따위는 고려치 않고 자전거 테마주 배불리기에만 집중한 듯한 황당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날 수 있다.


물론 저렇게 위험하고 경사진 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시민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저 따위 자전거 전용 도로는 100만 km가 생겨도 자전거 이용촉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시민 불편과 예상 낭비만 가중할 뿐....

이 외에도 자동차 운전자에게 도로는 자전거 이용자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인식개선 사업, 자전거 전용 도로 침범, 주정차에 대한 강력한 단속 등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자체를 보면 정말 선진국의 시스템을 빨리 도입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도입이지 흡수가 아니다. 그냥 공무원들이 겉으로 보기에 좋았던 것을 서울시에 생체 실험이라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그게 정말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인지, 지자체에도 어울리는 정책인지는 검토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해외에 나갔다 왔으니까 뭐라도 하나 따라해야 겠다는 마음에 졸속 정책들을 내 놓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말 자신이 속한 지자체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은 사람을 공무원으로 뽑는다면 그런 문제가 좀 덜해질까?

그런 면에서 박원순 시장님은 분명 전임 시장들과 다를 거라도 믿는다. 하지만 서울시의 공무원들은 전임 시장 때나 지금이나 똑 같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저런 괴물같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늘어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다음 시간에는 서울시를 비롯해 많은 지자체들이 도입하고 있는 유럽형 로터리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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