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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도도한 독일 마트 직원, 국내 마트와 비교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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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빨리"라는 말을 가장 먼저 배운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국인의 급한 성격이 정보기술(IT) 강국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반대로 매사에 준비가 부족한 면도 있다. 심지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만약 한국 사람들이 독일의 마트에서 장을 보게 된다면 여러차례 한 숨을 쉬게 될 거다. 노동자의 권리가 소비자의 권리만큼 존중되는 사회인 독일에서 "빨리 해달라"는 건 소비자의 권리를 넘어 서는 월권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독일에서는 서비스직 종사자들도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었다.


 대형 마트의 캐셔들은 결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서는 일이 없다. 최근들어 캐셔들의 노동환경을 개선 요구에 한국 마트들도 계산대에 의자를 설치했지만, 실제로 의자에 앉아서 계산을 하는 캐셔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결국 한국 마트의 계산대에 설치된 의자는 손님이 없을 때 잠시 쉴 수 있는 대기석에 불과하다.


위 사진 속 의자가 바로 독일 노동자를 도도하게 만들어 주는 진정한 의자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운영하는 초대형 마트들은 왜 저런 인간중심의 의자를 만들지 못하는 걸까?


고객에게 둘러쌓여서도 결코 일어서지 않는 저 도도하고도 당당한 젊은 캐셔의 모습이야 말로 노동자의 권리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소량 계산대와 자율계산대(셀프계산대)의 풍경도 한국과는 다르다. 독일에는 소량계산대가 없다. 소량계산대라는 것 자체가 성질 급한 한국사람들을 위해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산 소량계산대에 가면 "이곳은 소량계산대 입니다"는 등의 안내 방송이 영업시간 내내 흘러나온다. 캐셔들과 주변 점포들의 직원들은 하루 종일 같은 내용의 안내를 들어야만 한다. 안내방송이 거슬려 "저 안내 방송 지겹지 않으세요?"라고 한 캐셔에게 묻자 "왜 지겹지 않겠어요. 집에 가도 환청이 들릴 지경이죠"라고 대답했다.


자율계산대도 독일과 한국은 다르다. 자율계산대라는 안내 표지판만 붙어 있을 뿐, 시끄러운 안내방송은 없다. 계산도 자율계산대라는 이름처럼 소비자가 스스로 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위 사진처럼 마트 직원은 소비자의 자율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고객 역시 자신들이 바쁘게 계산을 하는 동안 직원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다고 해서 직원을 비난하지 않는다.

나는 생활의 달인을 싫어 한다. 계산 빨리 하는 달인, 배달 빨리 하는 달인은 노동착취가 만들어 낸 암울한 시대상인 것 같기 때문이다. 소득 분배가 불균형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노동자가 왜 달인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독일보다 더 도도하고 당당한 노동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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