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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시흥 변사체, 또 토막살인! 범인들 사체훼손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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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사형폐지국 대한민국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초강력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치안강국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고, 안심하고 밤길을 다닐 수 없는 무서운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사형제도가 사실상 폐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체가 없으면 범죄가 없다는 판례 때문인지 사체를 훼손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형사재판 결과를 보면 1)시체가 발견되지 않으면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음은 물론이고, 나아가 2)피해자가 진짜 사망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정황상 살인을 저지른 게 확실해 보이는 범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케이스가 많다.

 

평소 알고 지내던 자국 동포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방글라데시 남성에 대해 법원이 시신을 찾지 못해 피해자가 사망했는지에 대한 입증이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사망했는지 여부가 사건의 최대 쟁점이었다"며 "사체가 발견되지 안은 상황에서 범행 전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해 살인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사실이 먼저 증명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20대 여성의 시신을 화장한 후, 마치 자신이 사망한 것으로 위장한 40대 여성 보험사 사건에서는 1심 법원인 부산지법이 살인죄를 인정하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2심 법원은 기존 판례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며 <사망원인이 객관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고 타살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류로 살인 혐의는 무죄라고 판시했다. 결국 2심 법원은 사체은닉 등 혐의만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부산고등법원 2011노335]

 


비록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여러 정황상 피고인이 피해자를 ‘불상의 장소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에 대하여, ① 공소사실에 피해자의 구체적인 사망경위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피해자의 살해에 관한 피고인의 범행방법이나 구체적 행동 등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살해에 사용된 도구나 약물 등 피고인의 사건 당일의 행적과 피해자의 사망이 직접 관련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물적 증거도 제출된 것이 없는 점, ②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의 일시 경에 사망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부검 등을 통하여 그 사망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아니하였고, 피해자의 사망 후 타살로 인정할 만한 근거가 되는 사체 외부의 상처 또는 혈흔이나 체액, 토사물 등의 흔적이 남아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없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인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다만 제1심이 무죄로 선고한 사체유기죄만을 유죄로 인정한 사례.

 

그럼 도대체 법원은 왜! 시체를 발견하지 못하면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는 걸까? 이유는 바로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에게 유리하게"라는 일명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이다.

 

대구고등법원 2010노456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의 변소가 불합리하여 거짓말 같다고 하여도 그것 때문에 피고인을 불리하게 할 수 없고, 이와 같은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in dubio pro reo)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확인한 사건임. 

 

<in dubio pro reo>의 법리를 잘 이용한 사건은 미국의 심슨 사건이다. 전 부인을 살해한 심슨은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다는 법리가 적용되는 형사법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러한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 민사법원에서는 살인죄가 인정되어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참 재밌는 판례 아닌가?

 

헌법을 전공한 사람 입장에서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in dubio pro reo)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부정할 수는 없다. 국민의 인권이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원칙을 고수하려면, 사체훼손과 같은 증거인멸 시도를 엄벌하는 시스템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현장에서 검거되어 범죄 사실이 확실한 수원 여성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은 사형 선고 후 실제로 형을 집행하는 강력한 대응을 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지난해 실종신고가 접수된 여성 중에서도 아직 집에 돌아가지 않은 여성은 무려 2372명이다. 2372명 중에는 가출자도 일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중 10%만 범죄에 희생되었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형폐지국으로 인정 받는 것도 좋지만 범죄자에 의한 살인 사건이 줄어드는 게 더 중요한 과제일 것이기에, 살인 및 사체훼손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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