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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기초단체장 무투표 당선과 노무현 정신

상 최대규모로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4명씩 2차례에 걸처 총 8명의 후보에게 투표를 해야 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2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등록 결과, 전국에 걸쳐 모두 3,991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 1만20명의 후보자가 등록을 마쳐 평균 경쟁률은 2.5대 1로 나타났는데요.

가장 경쟁률이 높은 자리는 5.1대 1의 경쟁율을 보인 교육감직이, 가장 경쟁률이 낮은 자리는 2.3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지역구 기초의원직이 차지했습니다. 

9급공무원 경쟁률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턱없이 낮죠?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무투표 당선자가 무려 122명이나 되고 이 중에는 8명의 기초단체장(구청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지방선거까지는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후보자가 한 명이더라도 투표를 실시, 투표자 수의 3분의 1 이상을 득표해야 당선이 결정됐으나 이번 선거부터 ‘단체장 무투표 당선제’가 도입되면서 별도의 투표없이 선거일인 6월2일 당선인으로 결정된건데요. 물론 후보가 1명 밖에 없는데 무슨 선거냐고 '거참 까칠하게 군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무투표 당선자들이 속해있는 지역을 보면 무투표 당선제는 잘못된 제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무투표 당선이 결정된 기초단체장은 한나라당 소속 박극제 부산 서구청장, 이종철 부산 남구청장, 조윤길 인천 옹진군수, 박선규 강원 영월군수, 전창범 강원 양구군수, 김복규 경북 의성군수, 한동수 경북 청송군수 후보다. 민주당 소속으로는 김일태 전남 영암군수 후보가 무투표 당선자로 결정되었습니다. 결국 한나라당은 경상도와 강원도에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무투표 당선자를 배출했다는 건데요. 이런식으로 기초단체장이 선출되면 간접민주주의의 핵심인 투표가 무의미하게 될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왜 패배가 뻔히 보이는 부산입성에 도전했겠습니까?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확정되는 보스정치를 타파하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정신 계승을 외치기 전에 이번 선거에서 패배를 불사한 도전이 선행되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형 낙선 일지

92년 14대 총선 (민주당, 부산 동구)
95년 민선1기 지방선거(민주당 부산)
00년 16대 총선 (새천년 민주당 , 부산 북구 강서을)

무투표 당선자를 만들어낸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비롯한 거대 정당은 앞으로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국민에게 심판할 기회도 만들지 못한 정당이 어떻게 국민의 심판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96년 15대 총선 당시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은 또다시 승리 대신 패배를 선택했습니다. 바로 2000년 16대 총선! 부산 시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지어줬고 그 후로 부산은 한나라당=당선이라는 공식을 서서히 깨트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 부산에서 2명의 한나다랑 무투표 기초단체장이 탄생했고 전남에서는 민주당이 무투표 당선자를 배출했습니다.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효율을 위해 무투표 제도를 도입했다면 그야말로 간접민주주의의 꽃인 국민의 투표권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루소는 "영국국민은 선거 때만 자유롭고, 그 밖의 경우는 奴隸상태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무투표제도는 선거일에 조차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무투표제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무투표로 구청장이 되신 여러분!
36:1의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이 된 지방직 9급 공무원에게 큰소리 칠 수 있는 기초단체장이 되려면 정말 열심히 지역경제와 복지를 위해 뛰어야 할 것입니다! 남들 보다 좀 더 빨리 기초단체장이 되셨으니 지금부터 지역의 가장 낮은 곳부터 둘러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