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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잡스는 공포, 두려움의 끝판 대장으로만 인식되어 오던 '죽음'이라는 것 조차도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일 수 있다는 혁신적 사고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에서는 절대 스티브 잡스같은 사람이 성공할 수 없다. 그의 최종학력은 고졸이고, 사업을 물려줄 재벌 부모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가난한 부부에게 입양된 입양아다. 그가 대학을 그만둔 이유도 가난한 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은 한국처럼 교육비가 비싼 나라라서 가난한 사람이 명문 사립대학을 졸업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사회도 점점 가난한 사람이 명문 사립대학을 졸업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 신기하게도 미국사회의 나쁜 모습은 초고속으로 학습하는 것 같다.
대학 등록금이 비싸서 교육에 있어서 부익고빈익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미국사회나 한국사회나 마찬가지이지만,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미국사회는 한국사회와 달리 가난하고 저학력이어도 개인의 능력이 우수하면 기업의 오너가 될 수 있다는 거다.
한국사회에서 가난한 사람이 재벌이 될 수 있었던 때는 6.25세대가 마지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IT사업을 통해 부모의 후광없이도 준재벌이 되는 사례가 종종 있긴 하지만, 그들의 학력을 보면 유학파이거나 명문대 출신이 절대 다수다.
요즘 주변에서 고졸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대학을 나왔느냐 나오지 않았느냐가 성실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었을 정도로 대학 졸업장은 필수가 된 그야말로 고학력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대한민국을 고학력 사회로 이끌었을까? 6~70년대만 하더라도 전쟁 때문에 배우지 못한 부모들이 자식 교육을 통해 한을 풀다보니 그러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었다. 하지만 2000년대의 현상을 그런 논리로 설명할 수 없다.
안철수 교수는 한국사회가 발전하려면 젊은이들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즉 한 번 실패하면 끝이 나는 사회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런 사회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는 한 사회구성원들은 정형화되어 있는 안전한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결국 고학력 잉여 사회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고학력자라고 해서 세계적인 기업의 CEO가 될 수 있는 사회도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대기업의 전문 경영인이 되려면 부모가 대기업 총수이어야 한다. 창업주의 아들은 회장이 되고, 회장의 아들은 사장이 되는 족벌 체제 하에서는 여러번의 기회가 존재할 수도 없고 스티브잡스같은 인물이 탄생할 수도 없다.
"애플의 창업주이자 정신적 지주인 스티브잡스가 세상을 떠났으니 그의 2세가 애플을 이끌어 가는 건가요?"라는 질문이 올라오는 것도 대한민국 사회니까 이해가 된다.
스티브잡스의 유산은 8조에서 9조원대에 이른다. 9조원 속에 그가 지난 14년간 애플로 부터 받은 연봉은 1만6천원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기업을 설립한 사람이 그의 자녀에게 그 회사를 물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교회까지 세습하려고 하는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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