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타고 테르미니역에 도착했다. 테르미니역에서 숙소까지 거리는 도보로 5분이었지만 테르미니역은 워낙 소매치기로 악명 높은 곳이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 무장 군인이 테르미니역을 순찰하고 있다.
그런데 나흘 동안 이곳에서 지내보니 테르미니역은 소문처럼 위험한 곳이 아니었다. 경찰도 많고, 군인도 많아 둘째 날 부터는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테르미니역을 돌아다녔지만 아무런 위협도 느끼지 못했다. 피렌체만큼은 아니지만 파리보다는 훨씬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우리 부부가 나흘 동안 머무른 한인민박 로마벨라하우스는 테르미니역 26번 출구로 나와 건널목만 건너면 되는 초역세권이라 정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에서 내린 후 테르미니역 밖으로 나가지 않고 역사 내부 통로를 이용해 숙소 바로 앞까지 이동할 수 있어서 더욱 안전했던 것 같다.
2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숙소 현관문이 보인다. 초인종을 두 번 누르면 문을 열어주신다. 숙소는 5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어떻게 들고 올라갈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 생활에 익숙한 우리는 5층 건물이면 당연히 엘리베이터가 있을 것이 생각하지만, 로마는 로마이기 때문에 숙소를 선택할 때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5층에 도착하면 사장님이 문을 열고 기다리고 계시니,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미션은 클리어다. 저곳에서 간단한 체크인 절차를 밟고 민박 생활 안내를 받고 짐을 풀었다.
자, 그럼 숙소로 들어가볼까!!
우리 부부가 묶은 숙소는 3인실이었는데,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여느 한인민박과는 달리 호텔 같은 느낌이다. 알고보니 이곳은 원래 로마 현지인이 운영하던 B&B였다고 한다. 그래서 한인민박과 달리 호텔처럼 구조가 잘 나온 거라고 한다. 아무튼 에어컨도 있고 창도 커서 아주 쾌적한 환경에서 여독을 풀 수 있었다.
침대 위에
수건과 세면용품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호텔처럼 수건도 매일 교체해주셨다.
객실마다 욕실도 갖추고 있다.
욕실이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샤워부스도 있고,
세면대와 드라이기도 있어서
사용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공항에서 돼지코 아답터를 빌려왔는데, 아답터를 2개나 비치해둬서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한국 공항에서 빌려 온 돼지코 아답터를 쓸 일이 없었다.
숙소 컨디션은
화장대까지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럼 한인민박의 선택 기준! 밥맛은 어떨까?
이곳 밥이 그렇게 맛있다는 글이 많아서 기대를 많이 했다.
맛집 블로거 포스를 품기며 식탁에 앉은 부인님.
참고로 아내는
나름 맛집 블로거로 유명했던
나보다 더 입맛이 까다롭다.
반찬은 보통 7~8가지.
이미 다른 손님들이 식사를 한 후라
비주얼은 그렇게 환상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맛은....
여러 블로거들이 평한 그 맛 그대로...
훌륭했다.
생각난다. 갈비찜...
생각난다... 제육볶음...
이렇게 고기를 재료로 한 메인 메뉴가 꼭 나온다.
과일도 꼭 나온다.
지금까지 다녀본 한인민박 한식 중에 최고였다.
(2등은 인터라켄 스타 B&B)
처음엔 소식한다고 조금만 떴는데,
3접시를 더 먹고서야 폭식을 멈출 수 있었다.
로마 여행은 다른 도시 여행보다 강행군 일정이라
조식을 든든하게 먹어야 버틸 수있다.
아무튼
내일 건강검진이라 금식인데, 고통스럽다. 이곳 밥 평은 여기서 끝.
객실 컨디션과 맛있는 밥 말고, 로마벨라하우스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현관 키까지 준다는 거다. 현관키가 없으면 늦은 시간 외출하는 게 눈치보일 수 있는데, 이곳은 현관 키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자유롭게~
셀프 야간 투어를 시작했다.
(사진 속 길 건너가 26번 게이트다)
이곳은 민박집 바로 앞 테르미니역에 있는 푸드코트인데 분위기도 좋고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해 밤마다 우리 부부를 배부르게 해줬던 고마운 곳이다. 아마 로마벨라하우스를 이용한다면 우리 부부처럼 이곳을 애용하게 될 지도...
밤 늦은 시간까지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은 우리나라 푸드코트처럼
아무 자리에 앉으면 된다.
우리나라 푸드코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음료나 주류는 서버에게 주문해야 한다는 점 정도...
나머지는 다른 게 없으니 편하게 이용하면 된다.
한글 메뉴로 한심을 자극하는 가게도 있고,
우리나라 말로 주문을 받는 곳도 있어 이곳을 자주 이용했던 것 같다.
셀프 야간 투어를 끝내고 들어오면 공동 휴게실 과일 바구니에서 과일을 하나 들고 방에 들어가곤 했다. 우리 부부는 저 공간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지만, 전자레인지와 냉장고도 있으니 간단한 인스턴트 음식은 직접 조리해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목적지인 피렌체로 떠나기 전
캐리어에 로마벨라하우스 스티커를 붙였다. 로마에서 괜찮은 숙소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는데, 다음에 다시 로마를 여행하게 되면 또 이곳을 이용하고 싶을 만큼 만족도가 높았다.
[기타 내용]
파티는 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야간 소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아침에 식사를 하면서 인사를 나누는 정도로 투숙객들과 교류를 했습니다. 제가 이용하는 기간 동안에는 대부분 신혼부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민박집을 이용했습니다.
매일 객실청소를 해주셔서 객실은 항상 청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시내투어를 하면서 만난 아저씨, 아주머니 부부에게 민박집을 추천해드렸는데, 이미 만실이라 예약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성수기가 아닌데(6월 초) 만실인 걸 보면 당일 예약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테르미니역 부근이라 교통편이 아주 편리했습니다. 판테온, 스페인광장 등에서 버스를 한 번만 타면 쉽게 돌아올 수 있어요.
체크인은 22시까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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