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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로마 한인민박 정말 어렵게 예약, 위생, 위치, 안전 따져 결정

2018년 1월, 로마 항공권을 예약할 때만 하더라도 이번 여행 준비, 특히 숙소 선택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생각지 못했다. 항공권을 예약하고 며칠 후 인사발령이 나 새로운 부서(일이 많기로 유명한 기획부서)로 둥지를 옮겼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여행 준비를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로마는 숙소를 정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처음에는 호텔을 알아봤다. 호텔스닷컴, 호텔스컴바인 등 평소 이용하는 호텔 예약 플랫폼을 샅샅이 뒤졌다. 뒤지면 뒤질수록 로마 호텔의 문제점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호텔 가성비는 역대 유럽 여행지 중 가장 낮았다. 가격대가 적당하면 우리나라 모텔보다 못했고, 컨디션이 적당하면 우리나라 5성급 호텔보다 비쌌다. 가격과 컨디션이 좋다 싶으면 접근성이 너무 떨어져 예약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호텔은 포기. 다음으로 알아본 건 에어비앤비다. 괜찮아 보이는 곳도 몇 있었지만, 로마에서 에어비앤비에 도전할 만큼 강심장이 아니라 시간만 낭비했다. 결국 마지막 보루인 한인민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인민박의 최대 장점은 낯선 곳에서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함께 야간 투어를 하는 등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 얼리버드라면 아침 식사를 한식으로 할 수 있다는 것도 한인 민박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일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로마는 유럽의 다른 지역과 달리 숙소 컨디션이 좋은 한인민박이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로마 자체가 하나의 문화재다 보니 숙소 컨디션도 문화재처럼 오래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한인민박을 구하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사진과 후기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예약 직전까지 갔었는데, 회사 동료가 "거기 갔었는데, 베드버그 있었어요"라는 말에 예약을 포기했다. 베드버그가 뭐냐고? 베드버그(Bed bug)는 침대에 사는 빈대의 일종으로 집시보다 무서운 존재다. 물리면 남은 여정은 끝이다. 흉칙해진 몰골 탓에 더이상 기념사진도 찍을 수 없고, 캐리어는 물론 짐을 모두 버려야할 수도 있다. 베드버그에 또 물리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잠을 청할 수도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온 못이 간질간질해질 만큼 베드버그는 무서운 존재다.

 

그때부터 나는 베드버그가 없을 것 같은 곳을 찾기 시작했다. 느낌상 베드버그가 없을 곳 같은 민박들을 골라 그곳의 후기들을 살피고, 해당 숙소를 이용한 블로거, 유럽여행 카페 회원 등의 답변을 듣고서야 테르미니역 바로 옆에 있는 로마벨라하우스라는 민박집을 예약했다. 한인민박을 이렇게 힘들게 예약한 건 처음인데, 이곳을 선택한 결정적인 요인들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봄으로써, 로마 한인민박 선택 기준을 소개해볼까 한다.

 

 

1. 베드버그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첫 번째 기준은 베드버그가 존재 여부였다. 이곳엔 베드버그가 없을 것 같다고 기대한 이유는 홈페이지에 소개된 객실 사진을 보니 채광이 좋아서였다. 베드버그를 박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트리스와 이불을 볕 좋은 곳에서 살균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로마 한인민박 객실 사진을 거의 다 뒤져가며 채광이 좋은 민박집을 찾았었다. 

 

▲ 우리 부부가 이용할 객실, 역시 채광이 좋다.

 

습도를 조절에 일가견이 있는 에어콘도 베드버그를 퇴치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채광이 풍부하고 에어콘도 있으니 베드버그가 없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해당 민박집 후기를 샅샅이 검색했다. 다행히 베드버그에 물렸다는 후기는 찾아내지 못했다. 베드버그가 없는 민박집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여성이 좋아할 것 같은 민박집을 찾게 된 것은 보너스. 아내가 객실 사진을 보더니 "바쁠텐데, 고생했어. 아주 잘했어"라고 칭찬을 했다.

 

[참고] 1인실뿐만 아니라 도미토리룸에도 개별 욕실과 에어콘이 있다고 한다. 또 모든 도리토리룸은 정원이 4인을 초과하지 않아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 여행객도 쾌적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 로마벨라하우스에서 가장 큰 욕실 사진

 

 

2. 욕실+화장실

 

사실 내가 숙소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욕실과 화장실이다. 5년 전 파리 여행 때 묵은 한인민박의 욕실과 화장실이 너무 열악해 씻는 게 공포였던 경험 탓인지 욕실과 화장실을 굉장히 꼼꼼하게 체크하고 예약을 한다. 먼저 수도밸브. 수도 밸브는 우리나라 욕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냉온수 혼합 조절방식이 편한데, 이곳 수도 밸브는 혼합 조절방식인 것 같다. 그리고 개인 헤어드라이기를 욕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체크하는데, 이곳 욕실에는 전기 콘센트가 있어서 머리를 말리고 스타일링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된 민박집이라 샤워부스도 깔끔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용품을 올려둘 공간이 충분해 욕실 이용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참고로 위 사진 속 욕실은 로마벨라하우스에서 가장 큰 욕실이며, 우리 부부가 사용할 객실의 욕실은 아니라고 한다. 방마다 욕실 타입은 다르다고 하니, 나처럼 욕실과 화장실 컨디션에 민감한 여행객이라면 미리 체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 중앙역과 거리 그리고 치안

 

 

테르미니역과 가깝다는 점은 양날의 검과 같은 조건이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교통이 편리하다는 건 장점이었지만 주변 지역이 우범지대라는 사실은 불안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역과 가까워도 너무 가까워서 위험할 시간이 길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저 원 반경 안에 한인민박만 3~4개가 있어 무슨 일이 생겨도 한국사람이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을까란 막연한 기대감도 들었다. 실제로 로드뷰를 보니 캐리어를 끌고가는 동양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에 우리나라 사람이 없더라도, 로마 여행이 그렇게 위험할 것 같지는 않다. 작년 파리 여행때도 느꼈지만 요즘은 테러 때문에 총을 든 군인과 경찰이 곳곳을 누비고 다녀 집시의 공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4. 체크인 시간

 

한인민박은 호텔과 달리 안내데스크가 있는 게 아니라 직원이 24시간 상주하지 않는다. 그래서 체크인 시간도 꼭 확인해야 한다. 특히 우리 부부처럼 18시가 넘어서 로마에 도착하는 여정이라면 체크인 시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다행히 이곳은 14시부터 22시까지 가능해 왠만한 일정엔 체크인을 하는 데 불편함은 없을 것 같다.

 

5. 기타

 

지역 슈퍼마켓 이용은 유럽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다. 로마벨라하우스 바로 길 건너에 슈퍼마켓이 있어 매일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로마 3대 젤라토 맛집 파씨가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건 젤라토 마니아인 나에게 축복과도 같은 이야기다. 1일 3 젤라토 흡입을 기본 원칙으로 세우고 짧은 시간이지만 로마에 머무르는 동안 단골손님으로 등극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주변에 유명한 맛집들이 많아 로마에 머무르는 동안 밤낮 할 것 없이 맛집탐방을 엄청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숙소를 직접 이용해보진 못했지만, 어렵게 정한 만큼 로마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나만의 한인민박 선택기준을 적어봤다. 이곳 외에도 몇 곳 마음에 드는 곳이 있긴 했는데, 어쨌거나 난 이곳을 선택했으니 부디 실제 숙박 후기도 예약 후기 이상으로 만족스럽길 바라보며, 예약 후기를 마친다.

 

그래도 민박집은 민박집이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하면 실망도 큰 법이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예약을 했다. 솔직히 난 베드버그만 없으면 된다. 6월 2일부터 5일까지 이곳에 머무를 예정이니,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인스타그램 DM으로 질문 GoGo!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객실 사진도 올릴 예정이니, 구독+즐겨찾기 G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