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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빠진 맨시티전은 박지성 빠진 한일전 같았다!
맨유와 맨시티의 맨체스터 더비가 충격적인 결과로 끝이 났다. UEFA 1위에 빛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신흥 강호 맨체스터 시티에게 1-6이라는 믿을 수 없는 스코어로 패하며 세계 축구 팬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1926년 맨시티에게 홈에서 1-6으로 패한 이후 85년 만에 맨시티 참사가 되풀이 된 거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언론은 주중에 열린 챔스 출전명단에서 제외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 박지성 선수의 선발 출전을 예상했다.
텔레그래프는 23일 박지성의 다비드 실바 전담 마크 가능성을 제기했다. 텔레그래프는 지난 리버풀전에서 퍼거슨 감독이 리버풀 미들진이 자신들의 리듬을 찾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필존스에게 찰리 아담을 마크시킨 것 처럼 맨시티 전에서도 유사한 전략, 즉 박지성에게 실바를 전담마크 하는 임무를 부여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퍼거슨 감독이 최근 경기서 상대에게 기회를 적게 허용하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한다며 박지성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 선수를 서브명단에 올렸다. 대패의 원인은 에반스가 퇴장당했기 때문이겠지만 맨유의 스쿼드도 오늘의 결과를 야기한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수의 스포츠 신문들이 박지성의 선발을 점쳤둰 이유는 맨시티가 EPL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강팀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맨시티는 이번 시즌 8경기에서 27골을 넣으며 EPL 최다 득점팀(경기당 3.4골)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맨시티의 공격력은 지난시즌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시즌 토트넘전 이후 무려 10경기 연속 2골 이상을 기록 중인 맨시티.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여전이 맨시티를 <소리만 요란한 이웃>정도로 치부했거나, 그들이 EPL에서 차지하고 있는 현위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같다.
EPL 최강 공격력을 자랑하는 맨시티를 상대하면 퍼거슨 감독은 강팀전용 스쿼드의 핵심인 <박지성과 라이언 긱스>조합 대신,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할 때 효과적인 <나니와 에슐리 영>조합을 선택했다. 하지만 박지성 대신 출전한 나니는 스카이스포츠로부터 "오늘은 확실히 그의 날이 아니었다. 평소 잘하지 않는 실수를 했다"는 코멘트와 함께 평점 4점을 받았다. 에슐리 영도 "맨유에서 가장 빛났지만 점차 쇠퇴했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평점 6점을 받는데 그쳤다.
반면 다비드 실바는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환상적이었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양팀 통틀어 최고 평점인 9점을 받았다. 다비드 실바가 맨유의 중원을 환상적으로 요리할 수 있었던 것은 측면 미드필더인 나니와 영이 중미인 안데르손과 플레쳐와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맨시티의 압박에 안데르손은 실수를 연발하며 맨유의 중원을 파괴하는 X맨이 되고 말고, 플레쳐는 그나마 어느정도의 역할은 수행해줬지만 혼자서 맨시티의 공격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플레쳐는 "맨시티의 공격에 녹초가 됐다"는 평가와 함께 평점 5점을 받았다. 만약 플레쳐 옆에 박지성이 있었거나, 안데르손 대신 노련한 긱스를 기용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초호화 군단 맨시티, 이미 세계적인 강팀, 지역 라이벌 수준 이미 초월...
맨시티가 2009-2010 시즌 수준의 스쿼드와 조직력을 보유한 팀이었다면 맨유는 오늘 스쿼드로도 재미를 볼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2011-2012 시즌의 맨시티는 퍼거슨 감독이 강팀으로 분류하는 첼시, 리버풀, 아스날을 능가하는 스쿼드와 끈끈한 조직력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맨시티 더비의 티켓가격은 지난해부터 2등급 경기에서 첼시전, 아스널전, 리버풀전과 동일한 슈퍼 1등급 경기로 격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거슨 감독은 맨시티를 여전이 돈만 쳐바른 오합지졸 신흥 강호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수십년간 "맨시티는 지역 연고팀일 뿐! 라이벌은 아니다"라고 큰 소리쳤던 퍼거슨 입장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강팀용 스쿼드를 꾸린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1-6 참패라는 참사를 불렀고, 퍼기 타임 즈음에는 이미 경기를 포기하는 굴욕을 떠안게 됐다. 실제로 이날 퍼거슨 감독은 에반스의 퇴장으로 맨유가 수적 열세에 놓였음에도 교체카드를 2장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이 지고 있는 경기에서 교체카드를 2장 밖에 사용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다. 바로셀로나와의 챔스 결승전에서 대패를 당할 때에도 오늘 처럼 경기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 퍼거슨 감독은 "오늘 경기는 내 생애 최악의 패배였다"라며 "에반스의 퇴장이 패인이었다"고 맨시티전을 평가했다.
퍼거슨 감독은 바이에르 뮌헨과의 챔스 준결승 2차전 홈경기에서 박지성 선수를 명단에서 제외시켰다가 2골을 내주며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결승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당시 팬들은 강팀 킬러 박지성을 왜 기용하지 않았냐며 퍼거슨을 비난했다. 아마 맨유 팬들은 맨시티 참사의 원인도 박지성과 긱스같은 노련한 미들진을 기용하지 않은 퍼거슨 감독의 선수 기용에서 찾으려 할 것 같다.
퍼거슨 감독도 점점 폼이 떨어지고 있는 에슐리 영, 기복이 지나치게 심한 나니, 중원의 블랙홀 안데르손은 강팀용 스쿼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 경기를 통해 느꼈으리라고 본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강팀을 상대할 때에는 반드시 믿을맨 박지성을 기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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