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조선족이 귀가중이던 20대 여성 A싸를 납치하여 성폭행 한 후 범죄 사실을 은닉하기 위해 살해 및 시신을 훼손한 일명 수원 부녀자 토막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피해 여성이 112에 신고전화를 했으나, 경찰관이 무성의한 태도로 불필요한 질문을 지나치게 많이 했다는 거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신고센터 근무자의 늦장대응 때문에 A씨의 신고사실이 범인에게 발각됐고, 핸드폰이 꺼져 위치추척도 불가능했으며, 살인까지 당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과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음로드뷰로 찾아본 사건발생 주택가 골목
그렇다면 피해여성 유가족은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현행 국가배상법을 보면 1)공무원이 2)직무를 집행하면서 3)고의 또는 과실로 4)법령에 위반하여 5)타인에게 손해를 가했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6)가해행위인 직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만 한다.
국가배상이 인정되려면 위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고의 또는 과실에 해당하는지, 법령에 위반이 있었는지, 직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었는지가 문제될 것 같다.
1. 해당 경찰관의 고의/과실 여부
공무원의 과실 여부 판단은 해당 경찰관의 주관적 능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적 공무원의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학설과 판례의 일반적인 경향이므로 이번 사건에서는 과실은 있다고 판단된다.
2. 법령위반 여부
대법원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법령에 적합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배상책임에 있어서 '법령위반'이란 엄격한 의미의 법령위반뿐만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뜻한다는 대법원 판례(대판 2008.6.12, 2007다64365)처럼 통설과 판례는 범령의 범위를 넓게 보는 광의설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신고센터의 대응이 보통 일반 경찰관을 표준으로 할 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된다면 그 대응행위는 위법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 상당인과관계 여부
직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일반적인 개연성뿐만 아니라 피해 상황 등 재반사정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는데, 네티즌들의 주장처럼 근무자의 늦장대응 때문에 A씨의 신고사실이 범인에게 발각됐고, 핸드폰이 꺼져 위치추척도 불가능해져 살해행위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므로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된다.
검토
신고센터 경찰관의 평균적인 능력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피해자가 납치, 강금, 강간처럼 중대한 법익을 침해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렵게 112에 신고전화를 했을 때, 바보처럼 범인을 특정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려고 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경과실이 아닌 중과실이 있었다고 보여지며, 그러한 행위는 재량의 남용으로까지 해석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늦장대응 때문에 A씨가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가해자에게 발각되어졌을 가능성이 높고, 그로인해 핸드폰이 꺼졌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추할 있으므로 핸드폰이 꺼져서 위치를 특정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게 인정된다면 인과관계도 성립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국가배상책임이 있으며, 피해자는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보여진다. 또한 해당 경찰관에게 중과실이 있다면 대외적 책임이 인정되어 피해자 유족은 국가뿐만 아니라 공무원에게도 손해배상청구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의 검토는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며, 법원은 어떤 판단을 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법원이 이번 사건에 대해, 불필요한 질문으로 시간을 끌어 심각한 법익침해를 야기했음에도 신고 접후 후 경찰 인력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죄예방 및 피해자 구조에 힘썼음을 이유로 국가배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법익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긴급신고 시스템 자체를 부인하는 꼴이 아닐까 싶다.
한편 이번 사건을 통해 112보다 더욱 강력한 신고센터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를들어 이번 사건처럼 중대한 법익침해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치 또는 법익침해 유형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한 경우, 특정 번호(예를들어 #112*처럼 실수로 누르기 힘든 번호)를 누르기만 하면, 상황과 위치 설명 없이도 경찰관이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경찰관에 따라 피해예방 가능성이 달라지는 일은 더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어떤 손해배상으로도 억울한 죽음을 당한 피해여성을 위로할 수는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이 사자의 넋을 기리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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