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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러토리움, 일하고 싶은 꿈의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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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명소 샌프란시스코에는 (핵)물리학자 프랭크 오펜하이머가 설립한 과학관 '익스플로러토리움'이 있다. 과학과 예술의 박물관이라 불리는 이 곳에는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많은 전시체험물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과학관을 탐방한 7일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을 만큼.

 

29달러라는 적지않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익스플로어토리움은 항상 관람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풍경이다. 시스템은 더욱 그랬다. 국내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 만큼 과학과 예술을 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숨은 명소 익스플로러토리움에 가려면 유니온스퀘어에서 F라인(F-Line Streetcar)을 타고 exploratorium역에서 내리면 된다. 샌프란시스코 방문 목적이 짧은 관광이라면 유니온스퀘어, 피어 39와 페리 빌딩 가운데 지점이라 유니온스퀘어, 페리 빌딩, 익스플로러토리움, 피어39, 케이블카, 차이나운 순으로 코스를 짜고 하루를 보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나처럼 과학관 방문이 목적이라면 일주일도 부족한 곳이 바로 이곳 익스플로러토리움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젊은 관람객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단체 관람객이 아닌 개별 관람객이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홍보를 하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과학관을 찾게 될까?

 

 

익스플로러토리움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도나 벅의 말에 따르면 "홍보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부러웠던 것은 우리나라와 달리 성인 관람객 비중이 높다는 것. 정확한 수치는 전해듣지 못했으나, 7일 동안 이곳을 둘러본 결과 성인 관람객의 비중이 전체 관람객의 30%를 웃도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일주일에 한 번씩 18세 이상 관람객만 입장이 가능한 요일과 시간대(보통 오후 5시부터)를 정해 과학관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이곳은 성인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과학관이었다. After Dark와 Weekly Thursday Night Adult Hours이 성인 관람객만 입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이때는 주류도 판매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곳은 청춘남녀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실제로 정말 많은 커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단골 고객이라고.

 

 

그럼 도대체 무엇이 이곳을 이렇게 핫한 공간으로 만든 것일까? 예술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전시체험물, 오펜하이머의 철학을 이어받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익스플로러토리움의 임직원들이 있었기에 이곳이 이렇게 핫한 곳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익스플로러토리움에는 600개 이상의 전시체험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시물은 계속해서 교체되며 피드백을 통해 진화의 과정을 거친다. 전시체험물을 제작하는 스텝의 말에 따르면 "이곳의 전시물은 전시가 되더라도 신분은 프로토타입이다"라고 했다. 전시 후에도 다듬어야 할 문제가 발견되면 언제든지 다시 공작소(워크숍)로 가져가서 재탄생시키고 있었다. 참고로 이곳에 전시된 모든 전시체험물은 익스플로러토리움 직원들이 제작한 것들이다.

 

 

워크숍에서는 뭐든지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이곳에서 과학을 전공한 사람, 예술을 전공한 사람 등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이 모여 과학과 예술의 박물관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는 한 직원은, 자신이 만들고 있는 프로토타입을 보여주며 놀라운 사실 한 가지를 알려줬다. "지금 만들고 있는 이 전시체험물이 언제 완성될지는 모른다"는 것. 이들에게 데드라인은 없었고, 완성품이란 개념도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환경에서 작업을 하니 예술품이 나올 수밖에.

 

 

사진 속 인물은 과학 전공자일까, 아니면 예술을 전공한 예술가일까. 나도 그게 궁금해 물어봤더니 자신은 과학을 전공한 예술가라고 대답했다. 오펜 하이머의 철학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오펜하이며는 과학 전시물에 예술을 담아내기 위해 예술가를 채용했고, 그 예술가에게 과학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 예술가가 과학자들과 함꼐 일하면서 과학자들에게 예술적 감성을 감염시키길 바랐다. 그리고 그의 바람은 실현됐고, 지금까지 이어오게 된 것이다.

 

 

이곳은 정말 예술과 과학을 하기 좋은 곳이었다. 가장 부러웠던 건 무엇이든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던 워크숍이었고, 다른 하나는 3일에 100달러 미만의 금액은 기안을 하지 않고도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작품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자유롭게 구매하라는 배려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너트 볼트 하나를 사려고 해도 기안을 해야 하는 국내의 사정과는 완전 달랐다. 그래서 나에겐 이곳이 일하고 싶은 꿈의 직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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