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보다 차가운 겨울에 더 생각나는 곳,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오징어 회에 소주를 즐길 수 있는 주문진 어시장을 다녀왔다. 주문진항은 묵호항, 외옹치항, 대포항 다음으로 자주 가는 곳이다.
주문진항에 가도 홍게와 대게를 맛볼 수 있다. 비록 묵호항보다는 그 가격이 비싸지만 유류비와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주문진항도 홍게와 대게가 생각날 때 갈만한 포인트다.
주문진항도 대포항처럼 주차요금을 내야 한다. 주차요금은 최초 1시간 1천 원이고, 이후 30분당 1천 원이 추가 비용이 부과되는데. 난전에서 장을 보고 식당에서 게를 먹고 나오면 보통 2천 원 정도의 주차요금을 달라고 한다. 난전 시스템이 돈을 시나브로 뜯어내는 방식이라 아마 집에 돌아갈 때 즈음이면 주차요금 2천 원을 내는 게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거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난전에 들어가보자!
예전 주차장 아래에 있던 난전이 주차장 우측 골목으로 이사를 갔다.
이사를 갔다고 시스템이 바뀐 건 아니다.
난전에서 횟감을 사면 횟감 손질비로 2~5천원을 달라고 한다.
홍게, 대게, 킹크랩도 예외는 아니다.
▲ 상단 붉은 게가 홍게, 하단 흑갈색 게가 대게다.
2kg의 게를 찌는데 찜비를 5천원이나 달라고 했다. 이런!! 젝키!!
해삼, 멍게, 오징어도 1만원치 샀는데, 손질비로 2천원, 초장비로 5천원을 받았다. 토탈 1만2천원의 추가 비용을 내고 난전에서 구입한 바다생물을 먹을 수 있었다.
게는 허름한 냄비에 대충 찐다.
콘도나 팬션에서 게를 먹고 싶어하는 관광객을 위해 포장도 해준다.
포장을 해가도 찜비는 5천원으로 동일하다.
고추와 마늘까지 돈을 받고 판다.
평소에는 숙소에서 게를 직접 쪄먹지만 리조트까지 가는 동안 게들도 힘들어서 게 거품을 물고 있고, 오징어는 테이블 데스하는 참사를 몇 차례 경험하고 나서부터는 그냥 찜비와 초장값을 내고 식당에 들어가게 됐다.
역시 이렇게 먹어야 주문진표 오징어회와 해삼, 멍게를 가장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오징어를 입에 넣는 순간 "살아 있네 살아 있어!"란 말이 절로 나올 거다.
아무튼 이게 산지에서 1만 원을 주고 구입할 수 있는 오징어, 해삼, 멍게의 양이다.
오징어만 먹는다면 만원짜리 한 장에 오징어 7마리를 먹을 수 있다.
게는 홍게 1kg, 대게 1kg을 구입했는데
홍게는 1kg에 1만5천원이었고 대게는 1kg에 2만원이었다.
남녀 커플이 먹기엔 많아 보이지만....
이 정도는 먹어줘야 기름값을 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난전 식당에서는
'게밥'도 안 해주기 때문에 게 껍질 속 살코기까지 모두 손으로 발라 먹었다.
저렇게 먹고 2시간 후에 또 저녁을 먹었다;;;
참고로 죽은 홍 게는 보통 10마리에 1만5천 원에서 2만 원에 팔고 있었다.
솔직히 죽은 홍 게도 맛있다.
킹크랩도 죽은 녀석들은 3~4마리에 1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난전까지 가서 발품 팔아 게를 먹어도 기름값과 톨비까지 생각하면 서울에서 먹는 거랑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난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맛! 그 맛에 중독되어 겨울 바다를 향해 떠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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