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와 생각

9호선 요금 인상, 서울시 막지 못하는 이유

반응형
 

9호선이 요금을 기습 인상하려 한다. 내가 가장 자주 이용하는 전철이라서 짜증은 나지만 안 타면 그만이다. 어차피 9호선 없이 살아 오지 않았나. 그냥 9호선을 내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면 된다. '그 자식 참 말 쉽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본요금이 1550원(교통카드기준)으로 인상된다면 9호선을 타고 싶어도 못 타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거다. 왕복 교통비가 최소 3,100원인데, 지하철을 이용하는 서민 입장에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요금 인상 덕분에 9호선 급행열차는 2호선에 이어 출퇴근 시간 제2의 지옥철이라는 오명도 벗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서민의 교통수단으로써의 기능은 상실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환승도 못한다. 환승을 해도 500원이 자동 징수되기 때문이다.

 


 

 

 

그럼 서울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9호선의 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어려울 거라고 예상한다.

 

9호선은 BTO(Build Transfer Operate)인데, BTO란 건설사가 자기 돈으로 시설물을 건설한 뒤 수십 년 동안 이용료를 징수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겉만 보면 서울시는 9호선 운영업체가 수익을 내든 내지 못하든 상관이 없어보이지만 실체는 그렇지 않다. 바로 운영 업체가 예상했던 수입을 달성하지 못하면 서울시가 부족분을 보전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적자를 보전해줄 필요가 없다면 9호선과 경쟁할 수 있는 제3의 교통수단을 시민들에게 제공해 9호선의 요금인상안을 견제라도 할 수 있겠지만, 적자를 보전해줘야 하는 서울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일 거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BTO를 즐겨하는 이유는 그만큼 재정적 여유가 없거나, 민간업체를 사업에 참여시켜 특별한 혜택을 주기 위함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9호선의 경우 총예산 3조4천억 중에 민간기업이 출현한 자금은 1조2천억원 정도다. 그에 비해 서울시가 9호선 운영 적자 보전을 위해 작년 한 해에 지출한 예산은 무려 322억원이다. 9호선 노선을 2조2천억원치만 건설했어도 매년 적자 보전금으로 수백억원을 낭비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아니, 적어도 수입 예측만 똑바로 했어도 322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민간 기업의 적자를 보전해주는데 낭비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하지만 BTL, BTO와 같은 민자유치사업 자체가 수입 예측을 부풀려 적자 보전을 받는 형태이니, 수입 예측을 똑바로 할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결국 지차체는 적자 보존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하고, 이게 바로 BTL 및 BTO와 같은 민자사업의 한계인 거다. 그럼에도 O모 시장과 L모 시장은 독이 든 사과를 덥썩 받아 먹었고, 그 뒷 감당은 서울 시민들이 하게 생겼다.

 

정치인들의 할인율은 굉장히 높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지금 당장 돈을 쓰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즉 미래의 가치보다는 현재의 가치를 더욱 높게 생각한다. 시민들도 그런 정치인들의 달콤한 유혹에 혹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 동네에 황금 노선인 9호선을 놓아 주겠다는 싫어할 주민이 어딨겠는가? 땅값 상승! 아파트 가격 폭등과 같은 현실적 이익 앞에서 혹하지 않을 대인배는 거의 없을 거다.


이처럼 개인의 탐욕을 파고 드는 사업이 민자사업이다. 앞으로 자신이 속한 지방자치단체가 BTL 또는 BTO와 같은 민자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우리 지자체 망하는 거 아니야?"라는 걱정부터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입 예상을 잘못할 경우, 그 정도에 따라 담당 공무원을 중징계하는 행정규칙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적자 보전이 시민들 입장에선 답이 될 수 있다. 시민들이 아무도 9호선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서울시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적자 보전에 투입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들이 힘을 합쳐 9호선 요금을 대폭 인상할 경우 9호선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 서울시도 9호선의 요구를 쉽게 들어줄 수는 없을 거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