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가 얼마전 신촌의 한 곱창집에서 티머니 카드를 분실했다. 그러나 곱창집에서는 티머니 카드를 맡아 둔 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동차 시트 사이까지 다 뒤져봤지만 티머니 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1. 바늘 도둑 이야기
그런데 티머니 홈페이지에 접속해 카드사용 내역을 확인해보니 누군가가 3월1일부터 당당하게 여친의 티머니 카드로 버스를 타고 다니고 있는 게 아닌가. 참고로 식당에서 타인의 물건을 습득하여 반환하지 않은 자는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아닌 절도죄의 적용을 받게 된다. 대법원 판례 역시 당구장, 숙박시설 등에서 잃어버린 물건은 당구장 주인이나 숙박시설 주인의 점유하에 있다고 보아,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아닌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대판1988. 4. 25, 88 도 409).
범인은 3월1일부터 지난 금요일까지 꾸준히 티머니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기록을 살펴보니 저녁 8시경 연신내에서 7720번 버스를 타고 신촌으로 출근해 새벽 6~7시경 신촌에서 버스를 타고 연신내로 퇴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용의자를 특정하기만 하면 범인을 잡는 건 쉬운 일이다. 해당 버스의 CCTV에 찍힌 인물과 용의자의 얼굴을 비교하면 된다. 그런데 티머니 절도범을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겠다. 얼마나 돈이 없으면 남의 티머니 카드를 훔쳐서 교통비로 쓰고 있을까란 생각도 들고, 피해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경찰이 수사를 해줄까란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2. 소 도둑 이야기
한편 티머니 카드 측에서는 티머니 카드는 공중전화 카드와 같은 것이라며 카드를 분실하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했다. "너는 공중전화 카드에 20만원씩 충전하고 다니냐?"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용시간과 정확한 사용내역까지 기록으로 남아 있는데 범인을 잡을 수 없다고 착각하는 티머니 카드의 무성의한 태도가 절도범의 행동보다 더 실망스러웠다.
더군다나 티머니 카드는 무기명인 공중전화 카드나 기프트 카드와 주민등록번호와 공인인증서 등으로 티머니 카드의 소유자임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분실한 티머니 카드의 사용 중지 요청 제도가 없는 것, 티머니 카드 분실시 기충전 금액을 환불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것은 소비자에게 굉장히 불리한 계약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여자친구의 티머니 카드를 훔쳐간 작은 도둑을 잡으려고 하다보니 서민들이 티머니 카드를 분실하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훨씬 더 큰 도둑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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