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합격 후 특수부에서 1년 동안 조직 폭력배를 무려 280명을 검거한 스타 검사 함승희. 그는 1990년 10월 13일 노태우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을 당시 서울지검 특수부에 근무했다. 범죄와의 전쟁 선포는 조폭 소탕을 꿈꾸던 함승희 검사에게 날개와 같았다.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래 2년 동안 조직폭력 274개 파를 색출하고 조직폭력배 1,421명을 검거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1,086명을 구속하는 영화 같은 성과를 올렸다. 그 중심엔 함승희가 있었다. 함승희는 치밀한 수사를 통해 용팔이 사건의 주범인 용팔이를 중심으로 김태촌 등 이름 자체가 흉기인 조폭들을 대거 구속했다.

▲ 영화 '범죄와의 전쟁(2011년)' 스틸컷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후에도 함승희의 튀는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노태우 비자금 사건(1995년)의 시발점이 된 동화은행장 비자금 사건(1993년) 수사도 함승희 작품이다. 당시 함승희 검사는 월계수회를 만든 박철언 의원을 타깃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안영모 동화은행장이 월계수회 간사 업무를 보며 돈줄 역할을 했다. 그러나 홍준표 검사가 진행하던 슬롯머신 사건으로 박철언 전 의원이 구속되면서 흐지부지됐다. 함승희 검사가 잡으려고 했던 것은 박철언이 아닌 노태우였을 텐데,  검찰 수뇌부는 함승희의 거듭된 수사 건의를 무시하고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은 물론 노태우 비자금 사건도 은폐했었다. 당시 정치자금 수사과정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낸 뒤 국회 재경위원장을 맡아 정치자금 조달 역할을 하던 이원조 의원 관련 정황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선거자금이 연결되는 순간 이원조 의원을 지병 치료를 핑계로 일본으로 출국했고, 함승희 검사는 해외출장 후 서산지청장 발령이 났다. 정치자금 수사는 그렇게 묻혔다. 물면 놓지 않는다고 해서 함불독으로 불리던 그도 거대 권력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노태우 비자금 사건은 2년 후 1995년 터졌다).

강원랜드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도 불의에 대한 그의 항쟁은 계속되는 것처럼 보였다. 2014년 12월 강원랜드 사장 취임 후 '범죄와의 전쟁' 시즌 2 격인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대표이사 취임 직후 금품 수수 등 부정을 저지른 임직원은 즉시 금품 제공자에게 전액을 돌려주고 여의치 않으면 내부 감사실로 자복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업무보고 자리에서 "부패범죄는 가혹하리만치 엄단할 것”이라고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금품수수와 횡령 등 혐의자 14명을 포착하고 그중 6명을 형사 고발했다.

'함불독', '천생검사',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자' 등 비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던 함승희. 하지만 어제와 오늘 신문지상에 오른 그의 행적은 그 동안 그가 보여줬던 행동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어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