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선발출전이었다. 주중에 리저브 경기를 치뤘던 박지성이 QPR과 사우스햄튼의 경기에 선발 출전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박지성의 광팬인 나 역시 박지성이 선발출전은커녕 출전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박지성은 오늘 경기에서 '도움'이라고 쓰고 '0.9골'이라고 읽어야 할 만큼 완벽한 어시스트를 보여줬다.
집중력과 투지로 일본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요시다 마야따위의 태클은 가볍게 이겨내고 발만 갖다 대면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낸 박지성에 대해 레드냅 감독은 어떻게 평가할까?
오늘 경기의 평점을 가장 먼저 올린 매체는 골닷컴이다. 골닷컴은 박지성 선수에게 별 세 개를 주며 "평소처럼 지치지 않고 뛰었지만 초반엔 좋은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지극히 중대한 승리를 위한 팀의 두번째 골을 어시스트 했다"고 박지성 선수의 오늘 플레이를 평가했다. 경기 초반부터 박지성 선수가 상대 미드필더들의 패스를 중간 차단할 때 기자는 졸았나 보다. 박지성 선수만 바라보는 장지현 해설위원은 "박지성 선수가 초반부터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고 했으니 그게 더 정확한 평가일 거다.
실제로 이날 박지성은 풀타임 그라운드를 누비며 44번 볼을 건드렸고, 전매특허인 예리한 태클은 3번이나 보여줬다. 패스는 무려 28번이나 했는데, 패스 성공률은 75%로 팀내 1위였다. 무엇보다 2번의 킬패스와 간결하면서도 창의적인 패스는 맨유에서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 선수에게 저따위 코멘트를 단 골닷컴 기자는 전반전 내내 졸았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거 같다.
'ESPN 사커넷'의 히트맵을 보면 박지성 선수가 좌우 중앙 모든 구역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센트럴 팍으로 활약했던 초반 그라운드 중앙을 붉게 물들였을 정도로 왕성한 움직임과 볼터치를 보여줬는데 초반에 부진했다는 리양스의 코멘트는 개나줘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QPR 팬들은 박지성이 MOM이며 가장 돋보였다고 칭찬하고 있다. 또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 박지성의 클래스라며 박지성의 맹활약에 고무된 모습이다.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았지만 그는 <풋볼메거진 골>에서 박문성 해설위원에게 "팬들의 반응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며 홈팬들이 야유에 대해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야유를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오늘! 에인트호벤과 맨유에서 처럼 박지성은 오로지 실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사로잡았다.
나는 오늘 경기를 보면서 박지성을 모기같았다고 말했던 가투소가 떠올랐다. 아마 잠시후면 <모기 박지성의 귀환>이라는 제목의 경기 하이라이트가 축구팬들을 즐겁게 해주지 않을까 싶다. 영상사우스 햄튼의 미드필더들도 오늘 박지성 선수를 보며 모기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거 같기 때문이다. 남은 10경기에서도 모기 박지성의 맹활약이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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