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 각종 인터넷 언론들은 <롯데백화점 본점 구두 핸드백 대전 소식>을 네티즌들에게 전했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긴 수준이었지만 일부 기자들은 "신상도 있네?"라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붙이면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또 기사에 따르면 대부분 5~7만원대로 역대 최대 할인을 자랑하는 역대 최대 구두대전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럴까?
신상도 있다는 역대 최대규모 구두대전이 롯데백화점 본점(명동점)에서 열린다는 언론 보도에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두를 장만하려는 서민들이 오랜만에 롯데백화점 본점에 집결했다. 행사장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9층 행사장에 도착하자 "구두가 많으면 뭐해! 살 수가 없는데!"라며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아주머니들의 불만어린 목소리를 여기 저기서 들을 수 있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보안요원의 "소지품 주의하세요"라는 말이 들려왔다.
한참을 기다려 행사장에 들어갔지만 엄청난 인파 때문에 구두를 고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기 매장인 S 매장에서는 손님들 사이에 끼어서 움직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신나는 음악과 현란한 조명만 있으면 저곳은 흡사 무도장.... 손님들은 의사와 무관하게 낯선 사람들과 부비부비를 즐겨야 했다. 놀이공원처럼 줄을 서서 입장해야 했지만, 입장 인원을 제한한 게 저정도였다.
가격대는 언론보도와 달리 5~7만원대 제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직원들은 굉장히 불친절했다. G사의 직원은 "새제품 없나요?"라는 손님의 질문에 퉁명한 목소리로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실망한 손님이 돌아서기가 무섭게 G사의 직원들은 자기들 끼리 낄낄 거리며 "야~ 장사는 이렇게 해야해. 평소같으면 찾아보겠다고 하는데 아쉬우면 지들이 찾겠지"라며 좋아했다.
백화점측 보도자료를 복사기처럼 옮겨 쓴 기사처럼 역대 최대 규모의 구두대전이긴 했다. 하지만 최고의 구두대전은 결코 아니었다. 기자들이 발로 뛰는 것 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기자라면 적어도 극심한 혼잡이 예상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한 줄 정도는 써줘야 할텐데, 그러한 내용을 언급한 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구두대전에 직접 방문해본 소감은 <손님이 너무 많아서, 마음에 드는 구두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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