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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백화점 VIP주차증 없애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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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백화점들은 지난 1월말 2010년 한 해 동안 일정금액 이상 구매한 VIP고객들에게 주차증을 발송했습니다. 백화점의 VIP 주차증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 신시계 백화점 VIP 주차증


▲ 현대백화점 VIP주차증


보통 백화점들은 2~3단계로 VIP를 구분하고 있는데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1단계 VIP의 주차증은 둥근 모양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둥근 주차증은 신세계와 현대 양측 모두 하루 3시간 무료주차를 제공하고 있고 현대백화점은 월1회 발렛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쿠폰을 함께 제공하고 있죠. 별로 좋은 혜택도 아닌데 이런 혜택을 받으려면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연간 800만원 이상 구매실적이 있어야 하고,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은 1,500만원 이상의 연간 구매실적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 이들을 VIP라고 부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백화점들이 잡고 싶어하는 VIP는 연간 1억 이상 소비하는 진짜 부유층이기 때문인데요. 백화점과 카드사에서는 10억 이상 소비하는 사람들을 VVIP라고 부르면서 개인 비서 서비스 제공, 전세기 1회 이용권 제공, 세계여행권 제공 등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 비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경기 티켓, 그것도 유로파 스위트 티켓을 경기 하루 전에도 구해 준다고하니 그들에겐 안되는 일이 없다는 게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닌가 봅니다.  

그럼 일반적인 VIP들이 받는 혜택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VIP라운지 이용, 전용주차장 이용, 등급에 따른 발렛서비스 정도의 서비스를 받는 정도가 고작입니다. 진짜 VIP들이 받는 혜택에 비해 겉만 VIP가 받는 혜택은 볼품 없어 보이지만 한 번 VIP가 되면 계속 VIP가 되고 싶은 나머지 지름신이 강림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백화점도 위와 같은 시스템을 통해 고객들의 '지름신 강림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간실적 미달로 VIP에 선정되지 못한 고객들은 "조금만 더 쓸껄"이라며 알뜰했던 2010년을 자책하는가하면 백화점 VIP데스크를 찾아가 '실적 조회'를 하는 등 'VIP금단현상'까지 보이고 있었는데요. 어떻게 소비를 덜 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 수 있는지 지금 생각해보니 백화점들의 VIP마케팅이 존경스러울 지경입니다.


한편 2011년 VIP 주차증이 배부되자 벌써부터 직거래 장터에는 백화점 주차증 판매글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거래 금액은 적게는 10만원(신세계 3시간 VIP) 많게는 무려 60만원(롯데 MVG)에 달했습니다. 반면 백화점 관계자는 주차증 거래가 자사의 VIP마케팅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는지 거래글 삭제를 요청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었습니다.

2008년 서울시는 백화점에 자가용을 타고 가면 혼잡 통행료 4,000원을 부과하려고 했지만 백화점과 일부 시민들의 반발로 백지화 된 바 있습니다. 사실 잘못된 도시행정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하려는 혼잡통행료는 행정편의주의의 끝이 어디인지 보여주는 졸속행정이며, 부자에게만 주차공간을 내어주는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주요 백화점 주변을 지나다보면 백화점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차들 때문에 인근 교통이 마비되어 있는 모습을 종종 보면 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덩치 큰 외제차들은 따로 마련된 주차장 출입구를 통해 혼잡한 도로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 "최소한 저들에게는 혼잡통행료를 부과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단지 백화점에서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도로를 혼잡하게 만들고도 다른 차들보다 먼저 주차를 하고, 주차료도 내지 않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평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특히 백화점을 자주 이용하는 그들은 어찌보면 교통 혼잡의 주범인데, 주차료도 징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백화점들이 VIP 마케팅을 그만둘 수는 없을테니, VIP 주자증을 발급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정부에 내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분명히 노른자 땅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VIP 주차증을 발급받으면 한 번 갈 것도 두 번 가게 될테니까 주변 교통을 혼잡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지사겠죠. 그렇다면 당연히 그들에게 VIP 주차증을 발급한 백화점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매년 VIP 주차증을 발급 받고 있습니다. 위 글 내용대로라면 주차증을 붙이지 않아야 할텐데, 그게 말과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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