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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이케아 직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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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년전 17살 스웨덴 소년 잉바르 캄프라드가 설립한 이케아는 세계 35개국에 매장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 세계적인 조립 가구 전문회사가 국내에 진출한다고 하는데, 과연 이케아의 독특한 판매 방식이 국내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제 생각은 전문가분들의 분석과 조금 다릅니다.

몇년전 헤이리 예술마을에 이케아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이 들어오긴 했지만 이케아 직영점이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즉 해외에서 이케아를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이 진짜 이케아의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1호점이 오픈한 후라는 건데요. 이케아의 한국시장 성공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주로 내놓은 근거인 '불편한 쇼핑 시스템'은 직접 이용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말 같습니다.

이케아는 고객들이 도시 외곽에 위치한 박스형 매장에 차를 타고 찾아가 조립식 가구를 구입 한 후 집으로 직접 가져가 조립/설치하는 진정한 DIY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유통마진을 차단함과 동시에 제품 가격을 낮추고 있는거죠. 첫 이용 전까지는 참 불편해 보이지만 한 번만 이용해보면 "왜 그동안 조립비와 운반비를 내고 가구을 구입했던 걸까?"란 생각을 절로 하게 됩니다. 분리된 제품이 박스에 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운반도 간단하고 드라이브 돌릴 힘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조립할 수 있는 수준이라 이케아의 DIY 시스템에 다한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하거든요. 더군다나 양질의 원목 가구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매력으로 작용했습니다.


호객행위가 전혀 없다는 것도 쇼핑을 더욱 편안하게 해주는 요소입니다. 물론 백화점식 쇼핑 스타일에 익숙한 분들은 "왜 나를 왕으로 대우해주지 않는거지?"라고 불쾌해 할 수도 있겠지만, 자유롭게 다양한 제품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재고가 남지 않은 마지막 제품 또는 흠집이 생긴 제품의 경우 30~40% 할인된 가격에 가져갈 수 있다는 것도 이케아 쇼핑의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저도 독일의 한 이케아 매장에서 측면에 살짝 흠집이 생긴 4단 원목 서랍장을 15만원에 구입했던 적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구입했다면 적어도 50만원 정도는 줬어야 하는 제품을 단돈 100유로에 구입하고 나니까 '가구=이케아'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엄청난 장점을 가진 이케아의 불편한 쇼핑 시스템을 한국식으로 개조한다는 것은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봐야 한다'는 말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한국 소비자들도 충분히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한국형 이케아가 아닌 이케아 본래의 모습으로 국내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세 가구업체가 이케아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과거 세계적인 가구업체인 BNQ가 국내시장에서 실패했으니까 이케아도 그럴거야"란 식으로 대처했다간 낭패를 볼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케아 직영점이 오픈하려면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건데요. 지금부터라도 유통 마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좀 더 가깝게 이어주려는 노력을 통해 이케아 열풍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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