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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가 10회 연장 승부의 종지부를 찍는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역시 이대호'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했고, 김경문 감독은 "도대체 왜!"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상한 작전을 구사해 팀의 패배를 자초했습니다.
1사 2루 상황에 3번 타자 조성환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야구를 지켜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정면승부를 예상했을 겁니다. 하지만 두산 벤치에선 모두의 예상을 깨고 조성환을 거르고 이대호와의 정면 승부를 선택했습니다. 오늘의 승부처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나온 작전이라 이대호 선수에겐 그야말로 굴욕적인 순간이었지만 이대호 선수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결승 쓰리런 홈런으로 두산 벤치의 작전을 보기 좋게 '실패한 작전'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김경문 감독이 조성환에게 고의사구를 지시한 것도 단순히 기록지만 본다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와 달리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을 뿐만 아니라 발목 부상으로 기동력이 떨어진 이대호였기에 낮은 볼로 내야 땅볼만 만들어 낸다면 병살로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거란 계산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10타수 무안타 속에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한 방을 만들어 내는 게 스타, 거포, 팀의 에이스란 사실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조성환을 고의사구로 출루시켜 주자를 늘리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연속 경기 홈런 세계타이틀 보유자 이대호에게 주자를 2명이나 몰아 준 것은 잠자고 있던 거포 본능을 깨워주는 촉매의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죠.
이대호도 경기 끝난 후 인터뷰에서 "성환이 형이 쳐도 좋고 내가 쳐도 좋았다"며 "고의사구, 그냥 웃겼다"고 했는데요. 이대호 선수의 '그냥 웃겼다'는 말에 두산의 작전에 대한 모든 평가가 함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대호의 홈런은 치욕에서 벗어났다는 개인적인 의미 이외에도 롯데에게 큰 의미가 있는 홈런이엇습니다. 오늘 이대호 선수가 5타수 만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상대팀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이대호 보다는 조성환에게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을 테니까요.
아무튼 이제 사직에서 1승만 거두면 롯데는 플레이오프에 올라갑니다. 롯데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11년 만의 쾌거로 이대호의 오늘 쓰리런은 4번 타자 앞에서의 고의사구가 얼마나 무모한 작전인지를 설명할 때 자주 회자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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