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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의 요지는 강간 장면이 나오는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청소년이 봐도 되고 동성애 장면이 나오는 '친구사이'는 청소년이 보면 안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건데요.
▲ 영화 친구사이 스틸컷
동성애가 나쁘냐 강간이 나쁘냐고 한다면 혹자는 동성애가 더 나쁘다고 말할 수도 있고 혹자는 강간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있겠죠.
사실 동성애는 범죄는 아닙니다.
반면 강간은 현행법상 명백한 범죄죠.
동성애는 피해자가 없습니다(물론 저는 동성애의 피해자는 건전한 우리 사회의 성풍속이라고 생각하는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입장입니다. 이런 것을 동성애자들 혹은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존중해줘야 한다는 분들은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무식한 거라고 말하더군요).
반면 강간은 피해자가 있습니다.
어찌보면 우리 형법이 동성애를 처벌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피해자가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을 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제 생각은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겠구요.
아무튼!
그렇다면 과연 법에서 금지하는 것이 더 나쁜 것일까요?
법은 최소한의 도덕입니다. 즉 법이란 정말 살면서 사람이 지켜야 할 문제를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로 강제력을 부여한 것이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법에서 금지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고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보다 금지하지 않고 있는 것이 때로는 더 나쁜 것들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 어떤 것이 더 나쁜 건지 속시원한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의 현행법상 근친상간은 범죄가 아닙니다. 반면 사랑하는 사이더라도 13세 미만의 자와 성관계를 가지면 미성년자의제강간죄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여러분은 사랑하는 가족간의 성관계인 근친상간과 사랑하는 중학생과의 성관계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나쁜짓 같나요?
저는 근친상간이 더 나쁜짓 같습니다.
▲ 영화 녹색의자 스틸컷
미성년자와의 성관계가 더 나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녹생의자라는 영화를 한 번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와는 약간 다른 이야기이지만 '과연 이들을 법이 나서서 처벌을 해야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거든요.
▲ 영화 녹색의자 스틸컷
다른 예를 들자면 혼인빙자간음죄는 위헌결정이 났기 때문에 더이상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받는 사람은 없게 되었습니다. 반면 간통은 여전히 형법상 범죄입니다. 이 경우는 둘 다 나쁘죠? 누가 덜 나쁜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입니다.
이처럼 언제나 법이 금지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 보다 덜 나쁜 것만은 아니란 말을 상당히 길게 해봤습니다.
그럼 법적인 접근도 해봐야 겠는데...
법이라고 해서 사과를 두 쪽으로 나누듯 명확하게 '청소년 관람가다' '아니다'를 판가름 할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법관들도 음란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학문, 예술의 자유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이처럼 명확한 기준을 규정해두지 않은 이유는 성관념에 대한 시대적, 사회적 변화에 융통성있게 해석하라는 의미겠죠.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법관의 개인적인 취향, 예를 들어서 법관의 종교와 살아온 배경, 성가치관 등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따라서 법원에서 청소년관람불가 취소소송에 대해 제작자측의 손을 들어 준다고 해서 그게 진리인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왜? 법은 진리도 아니기 때문이죠. 법을 오래 공부하다보면 마치 법이 진리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 역시 가끔 그런 착각에 빠져서 헛소리를 하곤 하는데, 법은 절대 진리가 아닙니다. 법이 No라고 해서 그것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듯이 법이 Yes라고 해서 그게 진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고 하나의 학문에 불과하다는 말인데 이것도 또 길게 얘기를 했네요.
결론은 짧게 쓰겠습니다.
현행법상 불법인 강간 장면이 '일부 나오는'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청소년 관람가였다고해서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아닌 동성애를 '주제로 한' 영화가 청소년관람가 판정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앞 사람이 새치기 해서 나도 새치기 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억지가 아닌가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어 보일 뿐만 아니라 현정부의 행태를 보면 '아 그래? 그럼 앞으로는 불꽃처럼 나비처럼도 청소년관람불가 판정하면 되는거지?'라고 생각할 거 같거든요.
마치 제 글이 영등위의 판정이 옳았다는 글 처럼 쓰여지고 있는데, 절대 아니구요.
저는 차라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2세 관람가로 상영되었지만 아무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15세 관람가로 상영되었지만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을 이유로 영등위의 청소년관람불가판정의 취소를 구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나아가 이런 문제를 제작자측이 아닌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청소년들의 관람권(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영등위의 심위결과를 취소해달라는 취소소송을 제기했다면 멋지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네요.
아무튼 취소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이번 친구사이 등급취소 소송은 최소 비용으로 최고의 홍보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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