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통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TV토론을 드디어 봤다. 그런데 단일화 토론은 무슨 밤 11시15분에 하나? 단일화 토론하는 도중에 주요 도시의 버스는 파업에 돌입했다. 아무튼 나는 이번 토론을 시청한 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
모두 발언부터 안철수 후보는 실망감을 줬다. 안철수 후보는 감성 정치를 하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일까? 단일화를 위한 구체적인 협상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 토론장에 할머니 유권자의 편지를 들고 나와서 그걸 시청자들에게 읽어주는 모습을 보며 '오늘 토론도 뜬 구름 잡기로 끝나겠구나'라는 예상을 했다.
안녕하십니까. 문재인입니다. 후보 단일화를 위한 토론 드디어 하게 됐다. 후보단일화 방안부터 먼저 마련하고 토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국정을 하다보면 수많은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아주 큰 국가적 위기도 많이 있다. 국민의 정부는 IMF 환란 속에서 출범을 했다. 참여정부는 시작과 함께 카드채 위기를 맞이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이하지 않았나. 천안함 침몰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모두 이명박 정부 때 맞이했던 국가적 위기였다. 우리 잘못 없이 외부에서 닥친 위기도 있고, 우리가 자초한 위기도 있고, 평소 대비가 부족해서 생긴 위기도 있다. 그런 위기를 미리 방지하고 잘 극복해내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고 갈팡질팡하는 것 보지 않았나. 자칫 잘못했으면 전쟁이 날 뻔하지 않았나. 국정은 실패나 시행착오가 허용되지 않는다. 연습할 시간도 없다. 좋은 뜻과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국정의 구조와 국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매커니즘을 알고 있어야 한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참여정부 5년 동안 4년간 청와대에 있었지만 참여정부를 꼬박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국정운영의 매커니즘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모르면 대통령도 관료나 재벌에게 휘둘리기 일쑤다. 그래서 관료공화국이나 재벌공화국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출마하신 후보들 중에 제가 가장 잘 준비된 후보라고 생각한다. 저는 국정운영 경험이 있다. 얼마 전 정치학자들의 조사 가운데 제가 국정운영, 위기관리, 정치력, 비전제시, 소통능력 모두 1등을 했다. 정치부 기자가 뽑은 차기 대통령 적격자 조사에서도 제가 1위를 했다. 가장 정확한 판단 아니겠는가. 정치혁신과 새 정치도 마찬가지다. 안철수 후보께서 새 정치의 바람을 불러일으켜주셨다. 그러나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후보는 저라고 생각한다. 현명한 판단 부탁드린다.안철수 후보 모두발언
안녕하십니까. 안철수입니다. 내일부터 시내버스 운행중단이 시작된다.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시민들의 불편이 참 클 것이다. 왜 정치가 이런 일을 조정하지 못하는지 답답한 마음이다. 민생을 편하게 하는 정치가 제 몫을 해야 국민이 편안하다. 지난 두달 전국 곳곳에서 여러 분들을 만났다. 성남 새벽 인력시장, 현대차 철탑농성 등 곳곳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 시대 많은 분들을 만났다. 많이 배우고 느꼈다. 30대 주부가 제 손을 잡고 울었다. “아직 어린 아이를 도대체 어떻게 키우고 무슨 희망을 주겠냐”고 했다. 오랜 시간 정말 출마해야 하나 고민했던 제 자신 부끄러웠다. 출마 선언 뒤 만난 한 어르신이 제 손 꼭 쥐어준 편지 자꾸 꺼내 읽는다. 이 편지다. (호주머니에서 딱지 모양으로 접힌 편지를 꺼냄) “안철수 대통령후보님 환영합니다. 제 영혼을 듬뿍 담아서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간 저는 6세와 7세 두 손녀딸에게 시집가지 말라고 교육을 시켰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을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정치인들께서 늘상 정도를 벗어나 버린 행태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을 떠나버리고 싶었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이 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희망을 가져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에요. 우리 모두가 기본 지키기를 하면서 정도를 걸어간다면 우리나라가 아주 괜찮은 나라가 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제가 죽기 전에 대한민국에 미래가 밝아보여 지금 저는 아주 행복합니다. 반드시 끝까지 꼭 청와대에 가셔서 바꾸어 주셨으면 합니다. 진도에서 태어난 할머니”라고 하셨다. 많은 분이 제 손을 잡고 꼭 바꿔달라고 한다. 40대 직장인이 “지금 아니면 국민이 언제 정치를 이겨보겠냐”고 하신 말씀도 잊지 않겠다. 어려운 분에게 눈물을 닦는 정치, 불안한 분에게 위로 되는 정치, 억울한 분에게 상식 통하는 걸 보여주는 정치가 바로 제가 하고픈 정치다. 오늘 짧은 시간 제 진심과 생각을 국민에 전하는 시간 됐으면 한다.
예상은 적중했다. 문재인 후보는 토론을 하려고 하는데, 안철수 후보는 마치 발표를 하듯 자기 할 말만 했다. 그렇다고 그 발표가 구체적이지도 않았다. 적어도 토론을 할 때에는 상대방에게 질문을 한 후, 상대방의 답변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한 번 정도는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안철수 후보는 그런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그냥 대학원생이 논문 발표하듯 다음 질문을 하고 또 다음 질문을 하는 안철수 후보가 이번 토론을 망쳤다는 혹평을 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문재인 후보는 노련한 모습을 보여줬다. 질문을 할 때에도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고 대화를 하듯이 자연스럽게 토론을 이끌어 나갔으며, 상대방 답변이 끝나기가 무섭게 답변에 대한 추가질문을 하며 토론다운 토론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물론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무게의 중심추가 완전하게 넘어간 순간은 문재인 후보가 인수위에서 정책을 가다듬을 수 있다고 하자 안철수 후보가 "인수위 한달도 안 남았다. 지금 약속한 것과 인수위 계획이 다른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문재인 후보를 마치 부도덕한 사람처럼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때였다. 아마 안철수 후보의 그런 모습에 문재인 후보도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혹시 문재인 후보는 그 순간 <저렇게 꽉 막힌 사람하고 단일화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한 번 결정한 것은 절대 변경할 수 없다!>라는 생각을 가진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안 :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
내일 만날 거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안철수 후보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문재인 후보는 "네! 그렇게 노력해야죠!"라며 적극성을 보여줘 성격차와 단일화에 대한 온도의 차이를 보여줬다.
안 : (카메라 원샷 상태에서 대답 못하고 있음)
문 : 네, 그렇게 노력해야죠.
마지막으로 시간을 끌어도 너무 끌어서 TV토론 한 번에 지지자를 최종 선택하게 만든 양측 협상 실무진에게 유감을 표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단일화 후보를 확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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