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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농심 라면스프 발암물질 검출, 리스크 대응은 실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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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시즌이면 거짓말 같은 사실들이 국민들을 충격에 빠지게 한다. 이번에는 국민 야식 라면에 없어서는 안 될 스프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언주 의원이 식약청에서 제출받은 ‘가쓰오부시 분말 벤조피렌 시험 성적서’에 따르면 농심의 생생우동, 너구리에서 벤조피렌이 다량 검출됐다고 한다. 하지만 식약청은 가쓰오부시 분말을 납품한 납품업체 관계자만 검찰에 고발했을 뿐, 제품 제조업체인 농심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납품업체 대표는 현재 구속기소된 상태다.

 

 

▲ 키토산과 벤조피렌의 절묘한 조화

 

농심은 식약청으로부터 이러한 사실을 통보 받은 후 관련 제품(생생우동·너구리 큰사발면·너구리컵·새우탕 큰사발면)의 생산과 출고를 두 달 동안 중단하고 조미료 납품업체도 바꿨지만 식약청에 적발되기 전 생산한 제품은 회수하지 않았다.

 

식약청이 농심을 고발하거나,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은 것을 보면 농심의 주장처럼 벤조피렌이 비록 식품규격 기준에 부적한한 원료이긴 하지만 평생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한가 보다. 

 

※ 식품위생법

 

제7조(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기준 및 규격) ①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국민보건을 위하여 필요하면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정하여 고시한다. 다만, 식품첨가물 중 기구 및 용기·포장을 살균·소독하는 데에 쓰여서 간접적으로 식품으로 옮아갈 수 있는 물질은 그 성분명만을 고시할 수 있다.

1. 제조·가공·사용·조리·보존 방법에 관한 기준

2. 성분에 관한 규격

②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제1항에 따라 기준과 규격이 고시되지 아니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식품에 직접 사용하는 화학적 합성품인 첨가물을 제외한다)에 대하여는 그 제조 · 가공업자에게 제1항 각 호의 사항을 제출하게 하여 제24조제1항제1호 및 제2항제1호에 따라 지정된 식품위생검사기관의 검토를 거쳐 제1항에 따른 기준과 규격이 고시될 때까지 그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의 기준과 규격으로 인정할 수 있다.

③ 수출할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의 기준과 규격은 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수입자가 요구하는 기준과 규격을 따를 수 있다.

④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기준과 규격이 정하여진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그 기준에 따라 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보존하여야 하며, 그 기준과 규격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저장·소분·운반·보존 또는 진열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위 식품위생법 제7조4항을 보면 기준과 규격에 맞지 아니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판매하거나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어져서도 안 되지만 진열하여서도 안 된다고 나와 있다. 또 시행규칙에는 식품 기준규격에 부적합한 원료를 사용한 경우 품목제조 정지 15일에 해당제품을 폐기하도록 명시돼 있다. 

 

즉 농심은 생산만 중단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적발되기 전 생산한 제품도 모두 회수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농심은 이미 생산된 제품은 회수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혹시 제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농심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1급 발암물질 벤조피렌은 사실 평생 먹어도 인체에 무해한데 괜히 긁어 부스럼 될까 걱정했던 것은 아닐까?

 

식품위생법 제75조에 따르면 제7조 4항 위반시 <영업허가> 또는 <등록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거나 영업소 폐쇄를 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동법 제76조는 제7조 4항 위반시 해당 품목 또는 품목류에 대하여 기간을 정하여 6개월 이내의 <제조정지>를 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식약청은 농심에 대해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않았다. 이유는 위와 같은 행정처분을 부과하는 건 "할 수 있는 것"이지 "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무이다. 덕분에 국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에 1급 발암물질을 첨가해도 식약청은 스스로 판단하여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거다.

 

식약청과 농심이 1급 발암물질 검출 사실을 비밀로 하는 동안 수 많은 국민들은 1급 발암물질을 맛있게 먹었다.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됨과 동시에 국민의 알 권리도 심각하게 침해 받은 것이다.

 

식약청은 “라면 스프에서 검출된 벤조피렌의 양이 국내 훈제건조어육 기준보다 낮은 안전한 수준이며 해당 제품 섭취로 인한 벤조피렌 노출량은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 평균 0.000005㎍을 섭취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 조리육류 섭취로 인한 벤조피렌 노출량은 하루 평균 0.08㎍로, 라면 스프에 의한 벤조피렌 노출량은 조리육류의 16분의 1로 안전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먹어도 된다는 말인데, 그럼 왜 납품업체 대표는 구속하고 난리인지 의문이다.

 

농심도 이에 대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검증된 상황”이라며 “외부 전문기관의 정밀조사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고, 식약청에서도 유해하다는 경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식약청도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하고, 농심과 외부 전문가들도 인체에 무해하다는데, 그런 안전한 제품을 납품한 납품업체 대표는 왜 구속된 걸까? 도대체 누굴 위한 구속인지 궁금하다.

 

그런데 농심과 식약청은 누진세의 무서움을 모르는 거 같다. 전기장판, 전기 라디에이터 제조업체들은 "우리 제품을 한 달 내내 틀어둬도 전기 요금이 4,400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라고 광고를 하지만 누진세가 적용되는 순간 소비자들은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된다.

먹거리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농심의 라면 들어 있는 벤조피렌만 섭취하는 게 아니다. 농심처럼 벤조피렌을 평생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생각을 가진 식품제조업자들이 만든 식품에 첨가된 각종 발암물질을 끊임 없이 섭취하고 있다. 그게 쌓이고 쌓이다보면 소량의 벤조피렌도 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식품 기준규격이 엄격한 게 아니겠나.

 

 

 

식약청과 농심의 말이 다 맞다고 인정하자. 그래도 소비자 불신과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농심을 불신하게 된 이유는 첨가물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된 성품이 검출되어 해당 첨가물이 들어가는 제품의 생산과 출고를 중단하면서, 정작 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와서 전문가가 안전하다고 하니까 믿어달라고 해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뻔뻔한 기업 이미지만 심어줄 뿐이다. 차라리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점을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고, 향후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어떠한 조취를 취할 것인지 계획을 밝혀 소비자의 분노부터 풀어줬어야 한다.

 

 


리스크가 곳곳에 숨어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리스크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발생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법이 더 중요하다. 국민들은 농심 스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잊겠지만, "매 끼니마다 평생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농심의 대응은 평생 잊지 않을 거다.

 

만약 농심이 해당 사실을 인지한 후 즉각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문제의 원료가 들어간 제품을 전량 회수조취를 했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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