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 여성이 택시에 의해 납치를 당한 뒤 인체 장기가 모두 척출된 채 변사체로 발견된 충격적인 사건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피해자는 신혼부부였다. '공모자들'은 바로 이 충격적인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범죄 스릴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좋아해서 개봉 첫 날 임창정 주연의 '공모자들'을 관람하고 왔다. 중국이 한국 관관객을 납치해 장기를 적출하는 반인륜적인 범죄가 언론이 아닌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고발되는 순간이라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한국 관광객의 장기를 적출한 이 끔찍한 사건은 아직까지 메이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이 없다. 중국이 파룬궁 수련자들의 장기를 적출한다는 사실은 길 거리 홍보와 인터넷 홍보를 통해 어느정도 알려져있지만, 정작 우리 국민들이 중국 장기밀매 조직에 의해 장기가 적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거 같다.
공모자들이 바탕으로 한 실제 사건의 가해자들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또 국제인원단체의 보고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장기 적출이 공공연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영화에서처럼 치밀하게 계획해 납치, 적출을 하지도 않을 것 같다. 또 장기의 하나의 가격이 8억원에 달하지도 않을 거다. 감독은 장기 적출을 위해 무고한 시민을 죽이는데 동조하려면 최소한 8억 정도는 줘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8천만원에서 1억이면 산 사람의 장기를 적출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 중국 장기 적출을 고발한 '핏빛 장기 적출' 표지
전세계에서 장기 이식 수술이 가장 많이 시행되고, 원하는 장기를 클릭 한 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중국. 하지만 중국의 이식 전문 병원의 위생 상태를 고발한 국내의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의하면 수준 낮은 의료기술, 비위생적인 환경, 그리고 낙후한 장비 때문에 장기 이식 성공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이식에 성공해도 2차 감염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산 사람의 장기를 적출할 수 없는 한국에서는 장기를 이식받을 수 없기 때문에 중국행을 택한다. 실제로 2006년에는 장기 이식 브로커가 94명의 말기 암 환자 등 장기 이식이 절실한 환자들을 상대로 1인당 8천만원에서 1억원을 받고 중국 장기 이식 전문 병원과 연결시켜 준 혐의로 검거된 바 있다.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중국으로 이식 수술을 받으러 떠나는 말기 환자들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영화보다 더 강력한 세력인 중국 정부가 이러한 장기 적출 범죄의 공모자들이기 때문에 중국의 장기 적출 만행을 처벌할 수는 없을 거 같다. 2006년, UN에서 최초로 중국의 장기 적출 문제를 공식 논의하기도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6년 UN의 논의 이전인 2005년 중국에서는 1만 2천여건의 장기이식이 있었고, 이는 1999년 중국에서 있었던 장기이식 수술 총 건수인 1백건의 100배가 넘는 수치다. 6년 사이에 중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영화를 보는 내내 느끼는 불쾌한 기분. 그게 바로 중국의 장기 적출 문제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인권단체의 심정일 것 같다. 관객들은 채희가 납치 된 후부터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내내 한 숨이 나왔고, 상실감과 무기력감에 빠졌을 거다. 오히려 영화의 반전은 그러한 무기력감을 최소화 시켜줬다. "그래 저건 싸이코 패스들이나 하는 짓이야", "말도 안 돼!".....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오는 완벽한 반전을 통해 관객들은 이게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라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되고, 실화의 충격을 영화적 충격으로 전환시킬 수 있었을 거다.
식스센스를 뛰어 넘는 반전, 그런 놀라운 반전을 넣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쩌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화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공모자들 평점 : 8점
임창정 사투리 평점 : 5점 (부산 사투리는 네이티브가 아니라면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나 보다)
핏줄 영화 :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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