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Seoul? 말만 대중교통 이용 외치는 서울시, 불법주차 장려!
신촌의 한 주차장 앞 골목길에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차량과 바로 앞 골목으로 진입해야 하는 차량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다산 콜센터에 신고를 했더니 40분 정도 지나서 구청에서 전화가 왔다.
심야시간에는 주차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청에서 밤 9시 이후에는 주차단속을 지양하라는 공문이 내려왔기 때문에 주차장 입구를 막고 있거나, 도로의 진입로를 완전히 막아버린 경우가 아니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게 담당자의 확고부동한 입장이었다. 대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경고장을 붙여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과태료 딱지가 아닌 경고장을 붙이면 오히려 불법주차를 해도 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단속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 1998년 기사화면 캡쳐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서대문구는 밤 9시 이후 평범한 불법주차 차량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민이 교통불편을 해결해달라고 신고를 해도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서울시의 공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겠다는 공무원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해 보인다. 그런데 단속 거부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밤 9시 이후 주차단속을 지양하라>는 서울시의 공문은 '주차난이 심각한 주택가의 주차단속을 지양하라'는 의미일 거다. 결코 유료주차장 앞에 불법주차하는 비양심 시민까지 봐주라는 의미가 아닐 거라고 확신한다. 그럼에도 밤 9시 이후 차별 없이 주차단속을 하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리니 시민불편은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구청 교통지도과 직원은 "서울시는 주차공간이 협소하다"고 했다. 서울의 주차공간 협소한 것을 왜 모르겠나. 그런데 해당 직원은 유료주차장이 남아 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해당 지역은 심야 불법주차가 불가피한 주택가 골목도 아니고, 유료주차장이 있는 유흥가인데 주차공간이 협소해 불법주차를 묵인해주겠다는 건 어불성성이다.
주차비 조차 낼 돈도 없으면서 차를 사는 것도 큰 문제다. 유흥을 즐길 돈은 있으면서 주차비 낼 돈은 없어서 수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비양심 시민을 서울시와 서대문구청은 도대체 왜 보호하려는지 모르겠다.
▲ 할인 없이 무조건 시간당 7유로(1만원)인 유럽의 주차장 풍경
불법주차 단속에 예외가 없고 그 기준이 명백한 서유럽에서는 시민들이 불법주차를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주차요금은 보통 시간당 4유로이고, 중앙역 부근의 1급지 주차요금은 시간당 7유로에 달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유료 주차장은 주차공간이 없을 정도로 이용율이 높다. 불법주차를 했다간 유료 주차장 요금의 수십배에 달하는 과태료를 내야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직업의식이 투철한 단속원들이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담이 커도 불법주차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 우리나라 공영주차장 요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비싼 요금을 받는 독일의 공영주차장
혹자는 "너는 불법주차 안 하냐?"라고 유치한 공격을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주차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다. 서울시에서 전철과 버스가 가지 않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불법주차를 하면서 자가용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나의 편의만 생각한다면 잠깐 불법주차를 해도 되겠지만, 그런 이기심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고, 교통불편을 야기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다.
물론 환자 이송, 현행범 검거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주차를 해도 된다. 그런 경우에는 교통지도과의 단속을 당해도 의견진술 및 이의신청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대문구청 교통지도과 직원은 불법주차를 하다 단속된 시민들의 민원과 이의제기까지 미리 걱정하고 있었다. 쓸데없이 의견진술 심의위원회의 업무량까지 걱정하고 있으니 불법주차단속이 잘 이뤄지겠나?
불법주차 신고를 하면 꼭 이런 말을 한다. "불법주차된 차를 일일이 다 단속할 수는 없다"고. 아무도 불법주차된 차를 다 단속해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신고를 한 경우에는 단속을 해달라는 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지 서대문구청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서울시의 이중적인 태도도 비판의 대상이다. 서울시는 취재진에게 주차지원을 해주지 않는다. 대중교통을 권장하기 때문에 주차지원은 해줄 수 없다는 거다. 나도 그런 좋은 취지에 동참하기 위해 서울시 행사에 참석할 때는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런데 불법주차는 봐주라고 하고 있으니 정책에 협조하는 시민만 바보가 되는 이상한 세상이다.
아무튼 처리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밤 1시가 다 된 시간에 담당자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시민이 못마땅했는지 장난 문자를 보냈다. 내용도 없다. 처리 결과를 적는 부분엔 <처리 내용을 입력하세요>라고 나와 있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연락을 하라면서 00-000-0000이라는 번호를 남겼다. 담당자 이름도 적지 않고 구청명도 적지 않았다. 제목에 <도착전 자진이동>이라고 적힌 게 전부다. 신고한지 3시간이 지나서 현장에 갔으니 자진이동했을 수 밖에. 그런데 새벽 1시가 다 된 지금 저 따위 문자를 보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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