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주연의 연가시를 관람하고 왔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보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이번에도 내가 아는 것은 김명민이 주인공이라는 사실과 영화의 제목이 사마귀, 메뚜기와 같은 곤충류을 종숙주로 하는 기생충인 연가시란 사실 뿐이었다. "도대체 연가시를 이용해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까?" 제목부터가 굉장히 흥미로운 영화였다.
변종 연가시가 사람의 몸에 기생하게 된다는 설정도 상당히 기발했고, 그 배후에 제약회사가 있다는 사실도 음모론을 좋아하는 나의 흥미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연가시는 영화에서 처럼 숙주인 곤충의 뇌를 조종하여, 물로 뛰어들게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인간을 숙주로 하는 변종 연가시를 만들어 낸 감독의 상상력과 영화 속 이야기는 현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관객의 상상력이 합쳐져 영화 중반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 연가시에 감염된 환자들이 모두 이성을 잃었는데, 나홀로 이성을 잃지 않은 문정희
그런데, 제약회사의 음모를 밝히는 과정이 허술했다. 김명민이 약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도 다소 지루했고, 휴머니즘에 빠져 상관에게 따지기를 밥먹듯이 하는 이하늬의 캐릭터는 억지스러웠다. 무엇보다 김명민의 부인 역할을 맡은 문정희는 주변 사람들이 다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아픈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식이 또렷해 '시간이 지나면 연가시가 괴사하고 자연치유가 되는 건가?'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구충제를 먹으면 숙주가 사망한다는 설정도 억지스러웠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외과적인 방법으로 연가시를 제거할 수 없다는 설정은 감독이 영화를 너무 쉽게 풀어가려고 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어차피 수만명의 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외과적인 수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과적인 수술은 가능하지만 인력난으로 모든 환자를 치료할 수 없게 되자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소요사태가 발생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었을 것 같다.
그런 혼란 속에서 특정 구충제가 치료제로 밝혀지면서 치료제를 구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고 제약회사의 음로가 밝혀졌다면 연가시에게 훨씬 높은 평점을 줄 수 있었을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또 수도권의 식수원인 한강이 오염되어 시민들이 생수를 사재기하는 장면이 빠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반복되는 시민들의 투신씬 대신 연가시가 한강에서 짝짓기를 해 식수원이 오염되었을 거라는 공포심에 생수 쟁탈전이 펼쳐지고, 정수기 회사의 공포심 유발 마케팅이 대박을 치는 등의 내용이 등장했다면 러닝타임이 더 짧게 느껴졌을 것 같다.
▲ 시민들의 소요사태와 인간의 이기심을 잘 표현한 전염병 영화 '컨테이젼'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충분히 돈 내고 볼만한 영화다. 마지막으로 연가시의 느낌을 간단히 표현하면 괴물과 컨테이젼을 합친 듯한 느낌의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아무튼 오늘 관람한 연가시에 대한 나의 평점은 7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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