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세계박람회(이하 여수 엑스포)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예약제를 폐지한다고해서 비싼 돈을 내고 입장한 관람객들이 아쿠아리움, 한국관 등 8개 인기관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땡볕에서 2~3시간을 대기한 관람객만 인기관 관람이 가능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새치기, 자리 맡기, 싸움 등의 부작용도 발생할 것이고 인기관의 경우 오랜시간 줄을 서야 하기 때문에 인기관 2~3개를 보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엉터리 예약제를 계속 시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수 엑스포의 하루 수용인원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예약제냐 선착순제냐라는 기술적인 방법으로는 관람객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
그럼 해결책이 전혀 없는 걸까? 근본적인 해결책은 조직위원회가 예상했던 하루 관람객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설을 확장하는 거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요금제도를 바꾸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여수 엑스포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 33,000원(연휴 등 특정일40,000원)이다. 고가의 입장권 가격을 10,000원으로 낮추는 대신 8개 인기관 입장료를 인기도에 따라 별도로 입장료를 받도록 하고, 비인기관은 추가 요금 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인기관 집중 현상도 미비하겠지만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비싼 입장료를 지불한 관람객이 비인기관만 보고 돌아가는 억울한 일은 없을 거다.
이처럼 여수 엑스포가 불만 엑스포가 된 이유는 비싼 입장료를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관의 수용인원의 한계로 인해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여수 엑스포 개막 전날 뉴스에서는 이런 말을 했다. "아쿠아리움은 여수 엑스포가 폐막한 이후에도 계속 운영하니까 아쿠아리움은 다음에 보고, 엑스포 기간 동안만 관람 할 수 있는 (비인기) 전시관 위주로 방문하세요"라고. 이 말은 여수 엑스포 조직위원회도 적정 수용인원이 하루 2~3만명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즉 엑스포 개막 전 관련 기관들이 내놓은 예상 인원이 2~3만명 수준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하루 10만명이 여수를 찾을 거라고 큰 소리를 치고 입장료는 터무니 없게 높게 책정했으니 조직위원회의 말을 믿었던 여수 지역 상인들과 관람객들의 불만이 쉴새 없이 터져나오는 건 당연한 결과일 거다.
선착순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에 예약제가 곧 부활할 거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조직위가 명심해야 할 사실은 예약제로 하건 선착순으로 하건 인기관을 볼 수 있는 행운의 주인공의 숫자는 바뀌는 건 아니다. 따라서 여수 엑스포 조직위는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조삼모사식 대응은 더이상 하지 말고 여수 입장요금을 행사 수준에 맞게 책정하는 게 관람객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법일 것이다. 입장요금 인하가 부담스럽다면 적어도 종일권과 야간권을 나눠서 판매하는 방안이라도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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