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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와 생각

신촌 살인사건 범인 중국인 아닌 중딩, 파시즘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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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오후 8시50분경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창천근린공원에서 대학생 김모(20)씨가 여러 차례 흉기에 찔린 채 발견돼 수사에 착수했다는 기사에는 수 많은 네티즌들이 이구동성으로 <조선족>이 범인일 거라며, 조선족에 대한 혐오감을 표출했다.

 

 

네티즌들은 범행 수법이 누가봐도 짱꼴라, 조선족의 소행이라고 했다. 칼을 들고 다니는 건 조선족 밖에 없다며 오원춘 같은 조선족의 범행이 확실하다는 거였다. 내장이 흘러나올 정도로 수 차례 복부를 찌른 것도 중국인이 아니면 못할 짓이라며 조선족에 대한 혐오감을 유감없이 표출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결과 범인(용의자)은 중국인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이었다. 그것도 15세 여중생(B양)과 16세 남중생(A군)이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범행 동기도 엽기적이었다. 경찰은 김씨의 여자친구 박씨가 가해자들이 활동중인 사령카페(죽은자들의 영혼을 이용하는 카페)에 가입한 것에 대해, 김씨가 못마땅히 여기자 박씨가 김씨의 죽음을 원했고, 박씨와는 사제관계(과외)이자 사령카페 회원인 남중생 A군은 B양 또 다른 용의자 C와 함께 김씨를 살해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한심한 음모론

 

조선족이 아닌 중딩에 의한 범행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네티즌은 이번 사건이 조선족을 욕했던 사람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가려는 다문화찬양신문들의 음모라는 피해망상적인 주장을 했다.

 

 

놀라운 것은 해당 댓글에 57명이 공감했고, 7명이 비공감을 했다는 거다. 해당 댓글에 의하면 언론이 이번 사건의 범인을 조선족으로 몰기 위해 고의적으로 정보 축소 제공했다고 하는데,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기사 중에서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던 기사만 보더라도 경찰은 면식범에 의한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중이란 내용이 들어 있다.

 

소지품이 모두 사라진 점 등으로 미뤄 강도를 당했을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지만, 그보다 범행 수법상 면식범에 의한 살인 사건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는 내용이 분명히 나와 있는데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선족, 외국인 노동자, 중국인에 의한 살인 사건일 거라고 섣불리 판단한 자신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언론탓을 하는 모습을 보니 흡사 네오 나치즘에 빠진 독일 양아치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잘못된 법에서 시작한 잘못된 풍토

 

분명 현재의 이주노동자 관련 법률은 문제가 많다. 그 시작은 국내 기업들의 배만 불려준 <외국인산업연수 제도>이며 현행 <고용허가법> 역시 외국인 노동자를 마음껏 착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외국인 범죄자를 양성하는 악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임금도 못받고 착취만 노동 당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범죄의 길로 빠지게 하고 있다는 거다. 아무튼 법의 문제를 들어서 선량하게 일하고 있는 다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풍토는 더 큰 문제다.

 

 

불과 20년 전, 우리나라 이주 노동자의 자녀들이 미국 LA에서 흑인들에 의해 무차별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었다. 비록 1991년 두순자씨가 자신을 폭행한 흑인 소녀를 총으로 쏴 사망하게 한 사건이 있긴 했지만, 한인들은 미국에서 성실한 시민으로 살아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흑인들은 분노를 자신들을 억압한 백인이 아닌 한인을 상대로 표출했다. 당시 20살이던 故 이재성도 청소일을 하던 어머니를 도와주던 성실한 학생이었다. 한인들의 범죄율이 높았던 것도 아닌데 두순자씨 사건 이후 한인들은 손님에게 총질을 하는 무법자로 묘사되곤 했다. 관동대지진 당시 지진 피해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조선인들에게 풀었던 조선인 학살 사건은 떠올리기도 싫다. 

 

인구 대비 내국인 범죄율 VS 외국인 범죄율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노동자의 범죄율은 어떨까? 네티즌들의 주장처럼 외국인 노동자는 다 잠재적 범죄자일까?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의 절반 수준이었다. 2011년 국내 거주 외국인은 총139만5077명이었는데, 이 중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은 2만6915명으로 인구 대비 범죄자 비율은 1.9%였다. 중국인 범죄자 또한 1만5677명으로 전체 국내 거주 중국인 대비 2.3%에 불과했다. 100명 중에 2명이 범죄를 저지르고 나머지 98명은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 말이다. 흉약 범죄 역시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한 범죄보다 자국민들 간의 범죄가 대부분이니, 결국 우리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내국인 범죄자는 187만9748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범죄자 비율은 3.7%였고, 그 대상은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이었다.

 

외국에서 국수주의적 인종차별 당해 보니...

 

독일에서 네오 나치주의자들에게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집 앞에 주차를 하고 트렁크에서 장바구니를 꺼내는데 갑자기 뒤에서 경적을 울리며 다가오더니, 창문을 내리고 "외국인 꺼져!"라고 소리를 지른 후 도망을 갔다. 끔찍한 욕을 한 것도 아닌데, 당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공포스러운 경험이었다. 전범 국가인 독일에서는 그런 행동을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기에 직접적인 유형력을 가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불경기 속에 네오 나치즘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으며, 언젠가는 또 다시 외국인 유학생과 노동자들을 향해 잘못된 분노가 표출 되지 않을까 두려워 하는 한인들이 많다. 세계경기 침체 이후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감이 커지고 있다.

 

무조건적인 다문화 찬양도 문제지만, 무조건적인 반감은 더 큰 문제다. 네오 나치즘, 인종차별을 직접 경험해 본 입장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종차별과 파시즘을 보면 외국인 혐오범죄가 폭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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