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3% VS 45%
92.3%와 45%는 무엇을 나타내는 비율일까. 부끄럽게도 독일의 만하임 시민들이 정지선을 지키는 비율과 한국의 서울 시민들이 정지선을 지키는 비율이다. 독일 사람들은 정지선을 정말 잘 지킨다. 처음 독일에서 운전을 할 때 나도 모르게 정지선을 살짝 침범했는데, 옆 차 운전자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봐서 '뭘 이정도 가지고 그러나' 싶었는데 1~2달 지나니까 나도 모르게 정지선을 지키게 됐다. 특별히 단속하는 사람이 있거나 감시카메라가 있는 것도 아닌데 정지선과 신호를 완벽하게 지키는 유럽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 정지선을 칼같이 지키는 유럽 운전자들
▲ 정지선은 커녕 건널목도 침범하는 우리나라 운전자들
도대체 이런 차이는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한동안 이런 고민을 했다. 그런데 그들의 운전면서 취득 시스템을 알고 나니 독일인들의 <칼정지선>이 당연해 보였다.
준법정신은 만들어지는 것
독일을 비롯한 몇몇 EU국가들은 면허 취득 후 1~2년간 초보운전 스티커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심지어 정식 면허증도 발급되지 않는다. 2년(국가에 따라 1~3년)간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고, 사고를 내지 않아야 "위험 인지 대응능력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최종 시험에 합격해야지 정식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한 마디로 2년간 도로연수를 한다는 마음으로 운전을 하란 소리다. 이러한 제도를 <예비운전면허제도>라고 하는데, 미국,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 등이 이 제도를 시행중이다.
그냥 예비운전면허증으로 운전을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예비운전면허 소지자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시속 90km이상의 속력으로 운행할 수 없기 때문에 본면허와 예비면허는 완전 다른 거다.
만약 정식면허증을 발급받기 전에 신호위반 등 경미한 교통법규라도 위반할 시에는 벌금과 함께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교육을 받았음에도 또 교통법규를 위반할 경우 정신(심리) 감정까지 받아야 한다. 교통 심리 전문가와 마주 앉아 "당신은 왜 정지선을 침범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아야 하는 거다. 더군다나 예비운전면허 기간이 2년 연장되어 총 4년 동안 예비운전면허증으로 운전을 해야 하니 그들이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운전면허 취득 까다롭게 하면 인권침해?
우리도 2003년 예비운전면허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시민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되었다. 대신 <초보운전자 기간제도>라는 걸 도입했는데 실효성은 제로에 가깝다.
2년 동안 90km/h 이상 속도를 내지 않고, 차선, 정지선, 신호를 완벽하게 지키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충분히 유럽사람들처럼 개념 운전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형식적인 테스트(적성, 학과, 장내 기능)를 받고 도루주행만 패스하면 바로 본면허가 나오는 우리나라에서 교통 예절을 기대하는 건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단속을 하는 것도 아니니 김여사(김사장) 전성시대는 필연적인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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