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27 재보선 쇼가 막을 내렸다.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성과는 엄기영과 강재섭의 낙마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김태호에게 패배했다는 거다.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중 한 명으로 점쳐졌던 유시민,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절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이었던 천호선 등 국민참여당을 대표하는 인물들과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이 이봉수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지만 낙마한 총리 김태호에게 패하고 말았다.
김태호는 거창 농림학교 출신으로 서울대 농대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교육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한나라당에서 몇안되는 현역 병장 출신이고, 경상남도의회 의원, 거창군수를 거처 경남도지사를 6년간 2회 연임하는 등 실무에 밝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한나라당스럽지 않은 이력 덕분인지 '젊은 총리'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총리의 자리에 오르나 했지만 역시 한나라당스럽게 고위공직자가 해서는 안될(?) 부적절한 과거 행정으로 인해 총리인사에서 낙마하며 정치적 치명타를 입게 된다. 하지만 이번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노무현 참모가 이끄는 이봉수 후보를 700표 차이로 제압하며 화려하게 정치에 입문하게 되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 농업정책 특별보좌관 외에는 마땅히 내세울만한 정치적 이력이 없었던 이봉수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의 지원공세에도 불구하고 김해를 한나라당에게 헌납하고 말았다.
도덕성을 떠나 두 후보의 이력만 본다면 700표 차이의 패배는 한나라당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1표차로도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것이 선거이기에 그들이 어떤 선거 전략을 사용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태호는 선거운동 기간 중에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는 '나홀로' 선거운동이라는 참신한 방법으로 김해 시민들을 만나왔다. 반면 이봉수는 끊임없이 노무현 정신을 내세우며 기존의 선거운동 방식을 고수했다. 김태호라는 인물에 대해서 잘알지는 못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1인 선거운동을 펼치는 것을 보고 도지사에 만족할 인물은 아니란 느낌을 받았다. 왜!?
아마 김태호가 기존의 선거운동 방식을 고수했다면 이봉수에게 결코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함께 선거 운동을 했다면 선거 막판 터진 엄기영 강원도측 자원봉사자(?)들의 불법선거운동 논란의 불똥을 피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정권심판, 노무현 정신계승 등을 내세운 이봉수 후보 캠프의 선거전략은 낙제점을 줘도 할말이 없을 것 같다. 김태호는 선거운동 기간에 이봉수 측 선거캠프의 선거운동 전략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훌륭하신 분이다. 하지만 그 분의 정신을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나친 '노무현=국민참여당'이라는 공식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가 그러한 발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 전략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했고, 1인 선거운동의 승산에 대해 더욱 확신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엄청난 조직을 뒤로하고 거리 선거 운동만 혼자서 했겠지만 그러한 선거전략이 시민들에게 "잘못을 반성하고 있구나", "젊은 사람이 참 괜찮네"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을 것이다.
결국 농고 농대 출신의 김태호와 노무현 전 대통형의 농업특보 이봉수의 대결은 박빙의 차이로 농고 농대 출신의 김태호가 승리했다.
자 그럼 패배 원인이 뭔지 말해보자. 패배 원인은 바로! 김해을 유권자들은 지금 당장 김해를 위해 일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있었는데 국민참여당은 지금 당장 일할 수 있는 후보가 아닌 그 누가 당선되든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지 않으면 이명박을 심판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고, 반면 김태호는 경남 도지사 6년, 경상남도의회 의원 4년, 거창군수 2년의 실무 경력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내일부터 당장 김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물임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700표 차이지만 김태호의 완벽한 승리이고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국민참여당은 실신 KO를 당한 꼴이 아닐 수 없다. 부디 이번 패배를 통해 진짜 정치를 보여주길 기원하며 충격적이지만 너무나도 당연했던 김해을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소감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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