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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당장 내년부터 행정고등고시 선발 이원을 30% 감축하겠다는 발표하자 신림9동 고시촌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만의 젊은 인재(人材)들이 신림9동에 갖혀 반백수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현행 행시제도는 분명 보완이 필요해 보이는 제도임엔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현행 행시를 특채로 전환하는 것은 계급의 수직상승을 원천봉쇄하는 제도처럼 보입니다. 물론 계급의 수직상승이 좋은 것만은 아니며, 현행 행시제도도 돈이 없으면 도전하는 게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를 채용하겠다는 수정안은 그야말로 부의 계급화를 부추길 것 같은데요.
우선 5급 공채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민간 경력 전문가를 제외하곤 변호사 자격증과 같은 전문자격증을 소지한 자, 학위소지자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의 고위관직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서류전형과 면접이 얼마나 공정하게 진행될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전문가를 뽑는 자리다보니 아무래도 학연과 지연 같은 인맥이 기존의 3차 면접보다는 영향력이 클 것 같기 때문인데, 응시자와 면접관 사이의 결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나마 민간 경력 전문가를 채용한다는 부분에서 서민들도 5급 공채에 도전할 수 있는 숨통을 트여준 것 같은데, 계급 세습을 막기위해서는 민간 경력 전문가의 경우 민간 업체의 인사채용이 얼마나 공정했는지도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고, 동시에 명확하고 엄격한 경력 인정 기준과 관계 당국의 지속적인 감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도 듭니다.
"변호사, 회계사, 변라사 자격증을 소지한 자들 중에서 5급 채용에 응시하는 자의 능력이 과연 현행 행시 합격자들에 비해 월등히 우수할까?"
차라리 행시 합격자들에게 필요한 분야의 전문교육을 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옳바른 방안이 아닐 싶은데요. 판사, 검사, 변호사, 경찰이 되기 위해서도 로스쿨에 진학하고, 5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도 로스쿨에 진학해야 한다면 이건 로스쿨 내지는 사시가 만능 열쇠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또 단순히 박사학위, 석사학위가 있는 자를 선발하는 것 보다는 논문점수를 기준으로 선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들어 고려대학교에서 허접한 논문으로 겨우 석사학위를 수여받는 자 보다는 지방대학 석사학위가 있더라도 권위있는 학술지에 우수한 논문을 제출하여 우수논문에 선정되거나 다량의 연구논문을 제출한 자를 선발해야 한다는 건데요. 학위소지자를 선발한다는 것 자체가 연구인력을 선발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지기 때문에 단순 학위(간판)보다는 논문의 우수성에 따른 선발은 지극히 당연한 선발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 없이는 새로운 5급 공채란, 갈 곳 없어진 고학력, 전문직의 피난처 내지는 민간 기업의 치열한 경쟁 구조에 지친 경력사원의 쉼터가 되지 않을까요.
어찌됐건 새로운 5급 공채 시스템이 한국형 카스트의 시발점이 되지 않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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