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소식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북한 주민들의 오열하는 모습이었다. 화폐개혁 실패로 김정일 체제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던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달리 북한 주민들은 김정일의 죽음을 슬퍼하는 모습이었다.
북한 사람들은 우리의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여왔다. 2004년 북한 용천에서 일어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화마로부터 구하기 위해 붕괴직전의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도 그랬고,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북한 미녀 응원단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악수하는 사진이 인쇄된 플래카드를 뜯어 내며 “(김정일)장군님의 사진이 너무 낮게 걸려 있는데다 비를 맞도록 방치돼 있다”고 항의했을 때도 그러했다. 그녀들은 플래카드를 뜯는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오열에 진정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만약 그정도로 체제 유지가 잘되고 있었다면, 한국 정부의 '전군비상사태 선포'에 대해 북한 정부가 '협박성 대응'을 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외부적 불안 요소를 차단하는 것 보다, 내부적 불안요소인 주민 동요를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즉 북한 체제가 굳건했던 1990년대, 김일성 사망 당시 김영삼 정부가 전군비상사태를 선포하자 북한이 "남한의 전군비상사태 선포는 선전포고다"라며 즉각 반응을 보였던 것과 대조된다.
그만큼 북한은 현재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위험한 사회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렇다면 당분간은 북한의 무력 도발행위는 없지 않을까? 물론 내부결속을 위해 남북긴장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겠지만, 이는 자칫 내부혼란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대한 조용히 김정일 공백을 채워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날, 북한 주민들은 다시 한 번 오열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가진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기에 이질감은 더욱 커질 것 같다. 언론은 그러한 모습을 부각시켜 북한을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집단으로 표현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이 붕괴되었을 때, 북한을 흡수해야 하는 나라는 동북공정을 통해 북한 흡수를 노리고 있는 중국이 아닌 대한민국이다. 따라서 김정일 사망을 남-남 대결로 활용하려는 세력의 꼼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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