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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월드컵 분위기 망치는 SBS의 독점중계


디어 월드컵이 개막했지만 나는 개막식을 보지 않았다.
SBS가 싫어서다. 아니 SBS의 독점중계가 싫어서다.

리모컨

1979년, 내가 태어난 후로 대한민국은 7번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7번의 월드컵 중에 한 방송사가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주로 MBC를 통해 월드컵을 시청했지만 해설자의 해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채널을 돌려고본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채널을 돌릴 수가 없어서 어딘가에 갇힌 듯한 느낌을 받았다. SBS는 이런 문제를 대비해서 해설을 선택할 수 있는 음성다중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다른 국가(남아공VS멕시코)의 경기엔 음성다중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

내방 3DTV


독점 중계료의 원천인 광고가 보고 싶지 않아서 잠깐 딴짓을 하다가 전반전 8분을 놓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후 SBS스포츠 채널에서 재방송을 봤는데 그동안 생각치 못했던 문제점을 발견했다.

우리집은 기본형 케이블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데, 기본형 케이블 방송에서는 SBS스포츠 채널과 SBS 골프채널은 HD급이 아닌 일반 유선 방송 화질로 전송된다는 사실이다. 
 
만약  MBC와 KBS가 공동 중계를 했다면 동시간에 열리는 다른 나라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HD급 화질로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독점 중계 때문에 나의 Full HDTV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W호텔 우바

이번 월드컵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경기시간이 워낙 좋아서 호텔 바의 해피아워를 이용해  저렴하게 월드컵 분위기를 내려고 했다. 해피아워를 이용하면 맛있는 바비큐 안주에 맥주가 무한제공되거나 맛있는 치즈 요리에 4~5잔의 와인이 제공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럭셔리하게 월드컵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인데, 과거에 비해 월드컵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이 급감한 듯 했다. 알고보니 SBS는 시중 호텔을 비롯해 음식점에 일제히 공문을 보내 월드컵경기를 시청하려면 중계료를 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FIFA의 규정을 찾아보니 '영화관, 극장, 바, 레스토랑, 경기장, 개방된 공간, 사무실, 건설현장, 송유시설, 버스, 기차, 군부대, 교육기관 등에서의 월드컵 경기 중계가 모두 상업적 사용에 해당'했다.

이 말은 집에서 보는 것 말곤 모두가 SBS에 중계료를 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이런 이유 때문인지 'H' 호텔에서는 안주와 주류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1인당 5만원,  'S' 호텔은 1인단 3만원의 요금을 요구했다. 해피아워와 비교하면 1~2만원 정도 비싼 가격인데, 결국 중계료 부담이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된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단순한 추측에 불과).

404558 02: South Korean fans cheer their national soccer team as the team plays a friendly match against China at Incheon's World Cup soccer stadium April 27 2002 in Incheon, South Korea. The match ended in a scoreless draw as international teams continue their preparation matches prior to the 2002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 (FIFA) World Cup which begins May 31, 2002. (Photo by Chung Sung-Jun/Getty Images)


십 수만원을 들여가며 응원하는 건 너무 호사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호텔은 포기하고 월드컵 응원의 메카 시청 광장에서 응원을 할까 했지만 이번에도 중계료(일명 전시권료)가 문제가 되었다. 즉 중계권료를 대신 내주는 기업들이 타사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오 필승 코리아'등 국민 대표 응원곡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바람에 붉은 악마가 시청역에서 응원을 하지 않겠다느니 말이 많았고, 나는 자유롭지 못한 시청역에서 응원하고 싶지 않아 극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좌석 별따기

어차피 18일까지 사용해야 하는 영화예매권이 2장 남아 있어서 잘됐다 싶기도 했다.

그런데 중계권료 부담 때문인지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는 극장이 거의 없었다. CGV와 프리머스, 메가박스 등 자금력이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들도 일부 관에서만 월드컵을 중계했는데, 문제는 티켓을 구하는게 하늘의 별따기 처럼 어려웠다는 사실!

정말 어렵게 인터넷 예매에 성공했지만 1매당 가격이 9,000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영화예매권으로는 결제가 되지 않았다.


집에서도 볼 수 있는 월드컵 경기의 관람료가 1인당 10,000원이라는 사실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극장도 땅파서 장사할 수는 없겠단 생각에 일단 예매를 했다.

맥주와 폭스바겐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축구를 즐기고 싶다. 하지만 이미 나는 SBS의 독점 중계 덕분에 내 지갑은 좀 더 가벼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SBS가 독점 중계를 하지 않았더라도 FIFA의 중계권 규정 때문에 호텔과 극장 등의 관람료는 지금의 수준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에 따르면 기업의 광고비가 지상파 3사가 공동 중계할 때에 비해 훨씬 인상되었다고 하니 기업의 광고비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 뻔하기에 소비자인 나로서는 SBS의 독점 중계가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 이상의 내용은 SBS가 독점중계하지 않았더라도 발생할 수 있었던 일들도 포함되어 있음을 밝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