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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비밀 SNS, 과연 공개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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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이 자신의 비밀 SNS 계정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최강희 감독을 조롱한 행위를 두고 네티즌들이 갑론을박하고 있습니다. 한 매체는 이번 논란에 대한 설문조사까지 실시했는데 결과는 '공인으로서 문제되는 글은 삼갔어야'라는 항목이 79%(2,039명)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더군요. 그런데 과연 기성용이 비밀 SNS에 글을 쓴 행위가 공인의 행동으로 볼 수 있을까요? 

 

비공개 페이스북 담벼락, 공공의 영역인가 사적영역인가?

 

 

페이스북에 글을 쓴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싸이월드의 일촌공개처럼 페이스북도 지인들끼리만 글과 사진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특정인에게만 열람을 허용하는 비공개 페이스북은 지인들만 글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거죠.

 

▲ 아레나 옴므 사진 편집

 

논란의 페이스북 계정이 실제로 기성용 본인이라고 하더라도 기성용은 글이 외부로 유출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가 친구들끼리 선생님이나 직장 상사의 욕을 하면서 그 말이 상대방에게 흘러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성용 역시 그러했을 겁니다. 또한 그곳에 글을 쓰는 행위가 공인으로서의 행위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심지어 해당 글을 쓸 당시, "이 글이 유포되어 최강희 감독에게 흘러가도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 즉 <미필적고의> 조차도 없었을 겁니다. 우리가 선배나 상사의 뒷담화를 할 때처럼 말이죠.

 

 

물론 선수가 감독을 조롱한 것은 분명 바람직한 행동은 아닙니다. 만약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공간에서 그러한 행위를 했다면 징계를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실제로 리버풀의 라이언 바벨은 자신의 트위터에 심판을 조롱하는 멘션을 올렸다가 우리 돈으로 1,8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는데, 이는 트위터를 <공공의 영역>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공공의 영역이 아니라면 벌금 부과는커녕 일개 스포츠 신문 기자가 상관할 일도 아니라는 거죠. 물론 공공의 영역이 아닌 사적공간이었다고 하더라도 선수가 감독을 조롱하는 건 지양해야할 행동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내 뱉은 말을 제 3자인 기자가 만천하에 공개해 사회적 징벌을 받도록 할 필요도 없고 권한도 없다고 봅니다. NLL대화록도 공개하는 마당에 무엇인들 공개 못할 것은 없겠지만 지극히 사적인 영역을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내는 건 기자정신이라기 보다는 개인적 감정을 표출한 아마추적 실수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감독과 선수의 관계는 특별권력관계인가?

 

 

기자는 "스승 알기를 무슨 개떡으로 알면서 태극마크가 가당키나 하냐"는 말로 자신의 폭로성 기사를 마무리습니다. 그런데 이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나치즘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인데요. 기자의 말처럼 감독을 우습게 알면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건, 선수는 감독의 말에 무조건 복족해야 하고 어떠한 비판도 할 수 없다는 건데, 이는 그야말로 전체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심지어 공개적 비판도 아닌 사석에서 친구들과 감독을 비판하기 위해 조롱하는 행동까지 단속하는 통제된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싶다면 월북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 감독은 절대권력자인가? 설기현도 호지슨 감독과 언쟁을 벌인 바 있다.

 

막걸리 보안법이 국민의 사상과 입을 통제했던 유신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니 이 얼마나 이중적인지...... 우리 모두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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